폭풍의 시간

by 이상역

지난 한 주 간은 시간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막내 결혼식과 큰딸 이사와 강의 등 크고 작은 일들이 몰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한 주였다.


직장을 물러나면 시간이 한가할 줄 알았는데 반대로 자잘한 일과 해야 할 것과 간섭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그러다 3월에 들어서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사라졌다.


일은 한 번에 오지 않고 몰려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큰일과 자잘한 일이 한꺼번에 밀려오니 어느 것을 먼저 챙겨야 할지 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막내의 결혼식에 이어 큰딸의 이사날짜가 이틀 간격으로 진행되어 결혼식을 끝내고 쉬지도 못한 채 큰 딸네 이사 대신 손주를 이틀간 돌봐주는 것으로 도와주었다.


삶은 시간이 지나면 단단해지고 작은 옹이를 형성한다. 내 삶이나 딸들의 삶이나 단단하고 시간의 옹이가 들어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막내는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도 무사히 다녀왔다.


이번에 막내의 결혼식을 겪으면서 현직에 근무할 때 큰딸이 결혼한 것과 커다란 차이와 시간의 공백을 느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예상한 것 이상의 차이가 생기자 어안이 벙벙했다.


결혼식은 가족이 모여 조촐하게 하는 것이 맞다. 그간 옛정을 생각해서 아니면 동료란 의식을 염두에 두고 친구나 동료의 경조사비를 챙기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도 버려야겠다.


아울러 지금까지 큰딸을 기준 삼았던 경조사비 지출도 막내를 기준 삼아 다시 바꾸어야겠다. 경조사비는 미래를 위한 채무다. 언젠가 모두 갚고 가야 하는 것이 경조사비다.


결혼식 축의금을 받았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다. 적당한 선에서 자기가 감당할 수준의 축의금을 받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좋고 바람직하다.


막내의 결혼식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축의금을 정리하면서 새삼 축의금의 흐름과 추세도 대충은 알게 되었다. 세상의 인심과 물정은 돈의 흐름을 따라 형성된다.


축의금을 주고받는 흐름에는 내가 세상을 살아온 방식과 나와 함께 살아온 사람과의 정과 인심이 담겨 있다. 축의금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세상의 인심은 자신이 베푼 만큼 받는다는 것은 진리이다.


그리고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내가 믿었던 조직과 사람들이 떠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현실은 냉엄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추스르고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막내 결혼식을 치르면서 느낀 것은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형제가 많으니 행사를 하는데도 수월하고 그 의미는 살아갈수록 깊어만 간다.


노모의 어머니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결혼식에 참석해서 무엇보다 기뻤다. 명절에 갔을 때는 참석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하시더니 형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가족들에게 받은 사랑은 두고두고 살아가면서 갚아야 한다. 가족이란 테두리는 영원성을 갖고 삶과 마주하며 발전하고 전진해 간다.


어제가 경칩이다. 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나듯이 자연의 만물이 서서히 깨어나는 시기가 경칩이다.


아침에 구봉산에서 체조를 하는데 훌라후프를 세워둔 곳에 파릇파릇한 싹이 눈에 들어왔다. 체조를 마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국화의 푸른 새싹이 자라서 싹을 틔웠다.


계절의 절기는 계절을 알리는 시계추다. 봄을 알리는 경칩에 이어 다다음주에는 춘분이다. 지난 한 주의 시간이 따뜻한 봄바람에 사그라들듯이 이제는 봄이란 훈풍을 타고 계절을 여행해야 할 것 같다.


막내는 결혼해서 자기 등지를 찾아 떠나가고 큰딸은 자기의 보금자리를 새롭게 만들어 삶을 시작하려 한다. 그나마 두 딸이 건강하게 살아 있을 때 둥지를 찾거나 마련하게 되어 다행이다.


올해 봄은 두 딸에게 새로운 계절이 될 것 같다. 자기가 살아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새롭게 둥지를 트는 것은 힘찬 내일을 설계하고 희망찬 미래를 향한 출발이다.


두 딸이 찾아 나선 새로운 인생의 행로에 든든한 응원의 말이나 해주련다. 두 딸아 살고 힘든 세상을 향해 높이 웅비하거라. 그리고 살다 살다 힘들면 쉬었다가 천천히 살펴가며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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