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결혼식이 따뜻하고 온화하게 끝이 났다. 아침부터 결혼식을 마칠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 없을 정도다. 결혼식은 크든 작든 많은 손과 발이 필요하다.
아침부터 집에서 혼주 메이크업을 하고 난 뒤 옷을 갈아입고 부랴부랴 예식장으로 갔다. 어제까지 맑던 날씨가 예식날은 비라도 내릴 것처럼 구름이 잔뜩 끼었다.
오후 1시 예식이라 11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예식장이 한산해 보였다. 직원에게 한산한 이유를 물어보니 오늘은 우리 예식 외에는 다른 예식이 진행되는 것이 없다고 한다.
날씨만 좋았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예식날인데 구름이 낀 날씨지만 기온이 따듯해서 예식 하기에 좋은 날이다. 예식 하객을 맞이하기 위한 접수대는 이미 준비되었고 축하 화환 몇 개가 같이 진열되어 있었다.
예식장 앞에 잠시 대기하고 있는데 접수업무를 봐줄 조카와 동생이 도착했다. 하객에게 식대 나누어 주는 법과 피로연 위치와 주차 등록하는 방법을 동생과 조카에게 설명해 주었다.
고향에서 봉고차를 대절해서 어머니를 포함해서 이십여 명이 일찍 도착했다. 어머니와 형제들과 친척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접수대 앞에 서 있으니 하객들이 하나둘씩 예식장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예식 진행에 앞서 리허설을 직원과 예식장에 들어가서 하고 나와 다시 접수대 앞에서 하객을 맞이했다. 하객은 예상했던 것보다 적게 오는 듯했다.
하객은 큰딸 예식할 때를 기준해서 절반 정도는 오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예상한 것보다 적은 인원이 오는 것 같았다. 결혼식에 사람이 오고 안 오고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그러려니 했다.
오늘 막내딸 결혼식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막내딸과 함께 입장하는 것과 성혼선언문 낭독과 축사다.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라 사회자가 모든 것을 진행해야 한다.
결혼식 화환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들어왔다. 결혼식 리허설을 끝내고 예식이 진행됐다. 양가 어머니 입장과 화촉점화에 이어 신랑 입장 그리고 막내와 신부 입장 순서가 다가왔다.
막내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에 올라서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큰딸에 이어 막내딸 손을 잡고 결혼식에 입장할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막내딸과 신부 입장을 마치고 혼주석에 내려가 앉았다. 두 사람의 혼인서약에 이어 손주의 성혼선언문 전달식 이벤트를 진행하고 성혼선언문 낭독을 위해 단상에 올라가서 두 사람과 친지들 앞에서 큰소리로 읽었다.
'성혼선언문' "매화꽃이 피는 2월의 아름다운 날에 두 사람이 진실한 사랑으로 만나 부부라는 이름으로 연을 맺어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신랑 ㅇㅇㅇ 군과 신부 ㅇㅇㅇ 양은 양가 가족과 친지와 지인들이 모인 축복의 자리에서 평생을 함께할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하였습니다.
두 사람이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따듯한 가정을 꾸려가길 바라며 함께 하신 모든 분들 앞에서 두 사람의 성혼이 고결하게 이루어졌음을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결혼식에서 성혼선언문 낭독하는 것도 처음이다.
결혼식 단상에서 하객들과 신랑 신부 앞에서 담담하고 또렷하게 낭독하고 난 뒤 축사를 했다.
'축사'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름다운 신부 ㅇㅇㅇ의 아버지이며 늠름한 신랑 ㅇㅇㅇ의 장인입니다. 오늘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것을 하늘이 축복이라도 하듯이 촉촉한 봄비가 내릴 것 같습니다.
엊그제가 절기상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였습니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설렘의 계절에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먼저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소중한 발걸음을 해주신 양가 가족과 친지와 친구 그리고 직장 동료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귀한 인연이 되어주신 사돈 내외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우리 딸 ㅇㅇ야!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나 지금까지 잘 자라서 이렇게 결혼하게 되어 자랑스럽고 너무나 고맙다.
어렸을 때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마다 엄마 아빠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던 네가 어느덧 평생을 함께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길을 가게 되었구나.
믿음직한 사위 ㅇㅇ아! 우선 부모로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사위를 처음 만나던 날이 기억난다.
성큼성큼 걸어오며 웃는 모습이 선해 보였고 곁에서 우리 딸을 챙겨주는 모습이 진지하고 살갑게 느껴져서 믿음이 갔다. 우리 딸을 늘 따뜻하게 맞아주고, 소중하게 여겨줘서 든든했다.
앞으로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기쁜 날도 있겠지만 때로는 생각이 다르고 마음이 어긋나는 날들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오늘의 결혼식을 떠올리며 누가 더 옳은지를 따지기보다는 “우리는 한편이다”라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를 먼저 배려하고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결혼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란 것을 35년 결혼생활을 통해 깨달았다. 때로는 양보하고 때로는 고집을 부려도 되지만 그 바탕에는 항상 사랑이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아울러 두 사람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웃음꽃이 넘치는 화목한 가정으로 만들어 가기를 부모의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기원한다.
두 사람의 앞날에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오늘 이 자리를 빛내 주신 귀빈 여러분께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축사를 끝내고 이어서 축가와 신랑 신부 행진을 마치고 나자 결혼식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간 결혼 준비를 해 온 과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 품에서 자란 두 딸의 결혼식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가족사진을 찍고 피로연장으로 내려가 하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아내와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예식장도 홀가분하고 피로연장도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예식장에 찾아온 하객들이 모두 돌아가고 아내와 둘이 집에 와서 오늘 예식장을 빛내주신 하객들과 마음을 전해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장을 보냈다.
하루가 꿈결처럼 지나갔지만 가슴은 따뜻한 기운이 차 올랐다. 오늘 하루는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날이다. 막내딸도 결혼해서 둘이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