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은 봄철에 부는 따뜻한 바람이다. 봄바람은 다른 말로 춘풍이니 온풍이니 동풍으로도 불린다. 계절이 겨울에서 서서히 봄으로 넘어가니 바람도 훈훈해지고 기온도 올라가서 피부에 와닿는 햇볕이 따듯해졌다.
봄이 오는 소리가 저 멀리서 파도를 치며 밀려오는 듯하다. 추운 겨울이 물러나지 않으려 몸부림쳐도 풍랑처럼 밀려오는 봄바람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2월에 폭풍의 언덕에서 불어오던 시간과 바람이 지나가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계절이 기다렸다는 듯 순서를 가리지 않고 다가온다. 봄은 만물의 새싹이 움틈을 노래하는 계절이다.
봄은 만물이 깨어나지만 사람도 봄이 되면 새롭게 태어나고 깨어난다. 추운 겨울에 움츠렸던 가슴에 훈풍이 들어차고 답답했던 마음도 활짝 열리면서 기지개를 켠다.
그러고 보면 사계절을 겪으며 사는 것도 행복이 아닐까 싶다. 일 년 내내 여름과 겨울의 계절만 존재한다면 삶이 얼마나 밋밋하고 그저 그런 날을 맞이하며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순환하며 돌고 도는 것은 동적인 삶의 연속이다. 계절에 맞게 옷을 입어야 하고 해야 할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계절에 맞추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살아가야 한다.
이순의 중반에 이르러 봄바람을 맞이하는 삶이 좀 나아졌을까. 현실의 나를 돌아보면 늘 그 자리에 머물러서 가는 세월 앞에 덩그러니 서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드러워지고 몸에 부딪히는 것들이 익숙해져야 하는데 현실은 영 아니다. 젊은 시절에 맞이한 봄이나 이순에 맞이한 봄이나 계절은 변함이 없고 봄을 대하는 마음과 느낌만 다를 뿐이다.
세상의 일은 나이가 증명하거나 나이를 대신해서 말해주는 것은 없다. 오롯이 몸으로 부딪히고 겪으면서 맞이해야 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어디 가서 으스대거나 나설 자리도 없다.
서재에 앉아 창밖의 콘크리를 건물을 바라보면 희망이 보여야 하는데 가슴에는 답답함과 건조함만 들어찬다. 봄바람이 부는 계절에 멀리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마음이 맑아지려나.
성장기의 대부분을 시골에서 보낸 탓에 도시에서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며 느끼는 것에 한계가 있다. 자연에서 부는 봄바람과 인공 건물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아침에 구봉산을 한 바퀴 도는데 테니스장에서 짝을 이루어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연두색 공을 치는 건강한 몸동작에서 봄바람이 휙휙 소리를 내는 듯이 들려온다.
구봉산에는 테니스장과 배드민턴을 치는 시설을 조성해 놓았다. 테니장은 매일 운동하는 사람을 보는데 배드민턴장에는 좀처럼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이 보이 지를 않는다.
건강한 취미생활은 삶에 활력소를 불러일으킨다. 봄바람이 부는 계절에 테니스나 배드민턴이라도 배워 즐기고 싶은데 마음만 앞서고 몸은 나서지를 못한다.
경칩을 넘어선 계절은 봄을 향해 가는데 마음은 아직도 겨울의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 것 같다. 춘분이 다가오기 전에 겨울의 긴 꼬리표를 떼러 남녘으로 산수유꽃구경이나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