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충만

by 이상역

지난달에 막내가 결혼하고 둥지를 틀고 나가자 집이 텅 비어버렸다. 아이들이 집에서 북적일 때는 사람 사는 집 같더니 둘이 결혼해서 나가고 아내와 둘이 남게 되자 쓸쓸하고 썰렁해졌다.


결혼한 막내가 신혼여행을 갔다 오더니 인사를 오겠다고 한다. 신혼 인사를 집에서 하는 것보다 식당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하남의 한 식당을 예약했다.


드디어 하남의 식당에서 우리 부부와 큰딸 네와 막내 네 가족이 모두 모여 신혼 인사 겸 점심을 먹었다. 결혼한 두 딸과 사위와 손주가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왔다.


가족이 오손도손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 이제야 가족이 완성된 느낌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리고 집에서 둘이 있을 때는 텅 빈 마음이었지만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니 빈 가슴에 충만함이 들어찼다.


막내는 결혼 전과 후의 모습이 달라져 보인다. 두 딸이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에 마음도 든든해졌다. 큰딸도 결혼한 지 어느덧 칠 년이 되어가고 그간 고생해서 어렵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앞으로 막내의 주거문제가 해결되면 한시름 덜게 되는데 살아가면서 해결할 예정이다.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이 든다.


두 딸이 배우자를 만나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자 쓸쓸하고 외롭던 옆구리가 든든해졌다. 가족들은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더 나누려고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식당 주차장에서 각자의 차를 이용해서 출발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흐뭇했다. 무엇보다 두 딸을 보호하고 의지할 사람이 생긴 것에 그저 기쁘고도 감사하다.


오늘 식당과 카페에서 가족 모임의 주인공은 단연 손주다. 손주도 유치원에 다니더니 어느덧 부쩍 자랐다. 세월이 약이라는 어른들의 말이 진리처럼 다가온다.


세월은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강물을 타고 흘러가듯이 사람의 마음도 알게 모르게 작은 옹이를 만들며 흘러간다. 사람도 한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월 따라 변하고 성장해 간다.


어제 보았던 사람이 오늘 다시 만나면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세월이다. 서울 하늘에서 두 딸네가 둥지를 틀고 살게 된 것이 신비로울 뿐이다.


두 딸에게 서울에서 살라고 한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둥지를 틀고 살아가게 되었다. 카페에 앉아 서로 마주 보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가슴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였다.


계절은 봄꽃인 산수유와 매화꽃이 피는 온후한 날에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가족의 모습이 더없이 밝아보였다. 앞으로 두 딸네와 식사라도 자주 먹으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겠다.


두 딸과 사위를 만나는 것도 반갑고 게다가 손주까지 만나는 날은 작은 설렘과 흥분과 묘한 기분에 빠져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내 인생에서 아주 특별하고 뜻깊은 날이다.


지난달에는 막내의 결혼과 큰딸의 이사로 바쁘게 보냈지만 이제는 두 딸네와 편하게 식사라도 하면서 대화를 나누며 살아야겠다. 시골에서 홀로 서울에 올라오던 해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때다.


근 사십 년 만에 가족이 완성체가 되어 만남을 가진 것이다. 그 세월을 톺아보니 아이들과 참 많을 것을 겪으며 어렵고 위태롭고 살얼음판을 걸으며 살아온 것 같다.


막내의 결혼이 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결혼해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며 가족 간의 화목과 평안함을 위해 두 딸네와 자주 모임도 갖고 이리저리 놀러도 다닐 생각이다.


오늘 세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대견함이 텅 빈 가슴에 충만함으로 들어찼다. 그간 우리 가족을 보살펴주신 양가 부모님과 형제들과 새로운 인연이 된 사돈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가족들과 헤어져 집에 돌아오니 두 딸이 머물렀던 방이 오늘따라 더 크게 들어온다. 비록 가슴에서 쓸쓸함은 묻어나지만 그보다 더 큰 충만함이 텅 빈 가슴을 채우는 것 같아 기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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