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
"도망" 내게 주어진 현재의 숙제이다.
마흔다섯 살의 나는 꾸준히 무얼 해내기가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성실하지 않은 것도 열심히 살지 않은 것도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언제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의 최선을 다하려 하는 사람이었고 밝은 사람이었고 남들이 보기에 도전하기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나만이 알았다. 난 끝까지 완성해 내는 것이 부족한 사람이었고, 늘 도전과 계획으로 들떠있다가 꼬리가 닿기 전에 아니 머리만 휘두르고 사라져 버리는 그런 존재였다.
늘 계획을 세울 때는 신이 나서 하늘을 얻을 것 같이 기뻐 꿈을 꾸며 즐거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냥 사르르 녹아버리듯 계획을 계획으로만 남겨버리는... 그런 내가 싫었다.
난 실천적이지도 목표를 완성해내지 못하는 지질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늘 나 스스로를 비판했고 책망했고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그리도 코칭 전문가 친언니와의 '코칭 기회'를 갖고는 그제야 내가 왜 그러는지 알게 되었고 나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강점 검사 결과 나는 "절친 테마, 지적 사고 테마, 발상 테마, 미래지향 테마, 배움 테마"를 상위에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본 결과 꿈꾸고, 생각하고, 배우고, 계획하고 이러한 것들에는 강했으나 실천과 행동에 약한 정말 생각, 생각, 생각 거의 머리만 쓰는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때 그리도 신이 났고 매일 똑같은 일상이 싫었고, 그래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좋아했으며 기존에 있는 것은 지루하게 여겨져 스스로 생각해서 창의적인 것을 찾아내는데 즐거움을 찾았고, 배움에 즐거웠고, 꿈꾸는 게 즐거웠고 사람을 만나는 게 즐거웠고, 사람에 대한 이해와 노력을 잘하는 편이었다.
강점은 알았다. 그래서 날 이해했다. 그런데 숙제가 생겼다. 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거늘, 그럼 나는 이루어내는 삶은 어려운 것인가?
그럼 난 공상과 꿈속에서 사는 현실성 없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건가?
언니는 자신의 강점을 잘 이용하고, 없는 부분은 그 부분의 강점을 가진 사람과 협업을 하거나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난 내가 스스로 이루어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큰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닌 내가 누구와 협업을 해야 하는 건지 내 꿈을 공유하고 함께 도와야 내 꿈이 이루어지는 거라면 어찌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질문이 들어왔다. 무언가 이루려 하다가 안 됐을 때가 내 인생에 언제였는지, 그리고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무언가를 이루려 할 때마다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나 한계가 느껴지면 난 도망을 갔다.
"도망"
완성되기 전에 끝내버리기, 싫으면 눈감기, 화가 나면 말 안 하기, 현재가 너무 견디기 힘들면 그 자리를 피하기, 상대와 부딪히기 힘들면 그냥 단절하기 상대방에게 상처 받을까 봐 미리 안 하고, 단절하고, 피하고 그게 내 삶이었음을 코칭을 통해 깨달았다.
난 늘 도망을 가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난 왜 매번 도망을 갔을까?
원인을 찾아보려 한다. 난 언제부터 도망이라는 선택을 하고 그게 그저 나라고 인정해 버렸을까?
정말 그게 그냥 나일까? 아니면 원인이 있는 것일까?
그 처음 시작을 과거로 돌아가 생각해 보는 중이다.
어릴 적 나는 그때부터 도망을 가기 시작했을까?
약하고 마르고 어리숙하고 느린 아이, 늘 자주 울던 아이, 늘 사고 치던 아이
그 아이가 나였다. 쌍둥이 작디작게 나온 나는 죽을 거라 여겼는데 살아난 아이였고, 그래서였는지 어릴 적
너무 울어서 밀어놓았던 아이였고,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자다 깨면 엄마를 찾아 울던 아이였다.
무언가를 만지면 의도치 않게 망가지고 부서지고, 그러면서 작게 작게 사고를 쳐댔다.
어릴 적 그런 나의 존재가 싫었다. 맨날 망가뜨린다고 혼나고, 운다고 혼나고, 못한다고 혼나고...
그래서 나는 어릴 적 부모님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 여겼고, 쌍둥이로 태어나 부모를 두배로 힘들게 하는 존재라 여겨졌다. 그래서 점점 부모에게 원하지 않았고, 마음의 문을 닫아갔었다.
내가 속상해서 방에 들어가면 늘 문밖에서 엄마의 나를 책망하는 소리... 그 소리보다 더 싫은 건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 방 밖에서 나를 흉보는 엄마의 가족들과의 대화였다. 그래서 난 그 소리에 더 슬퍼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라 이제는 여기지 않는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엄마의 그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음을 안다. 그런데 그때는 삶이 힘들어 자식 돌볼새 없던 그 시절 엄마이기에 어린아이는 상처를 받고 많이 아팠던 것 같다. 마음의 기초가 없었고,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늘 나는 모자란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혔고 난 무언가를 해내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 여겼다.
그래서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실패라는 아픔을 겪기 전에 평가라는 잣대에 맞지 않기 위해 나는 늘 "도망"을 선택했던 것 같다.
"도망" 나에게 떨어진 큰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