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른 동화 8
선녀와 나무꾼 땅에서 살다
세상 아름다운 선녀와 세상 잘 생긴 나무꾼은 서로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을 하게 되는데 하늘에 살지, 땅에서 살지 고민하다 땅에서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로 결정한다.
선녀는 당찬 성격의 소유자다. 완벽한 걸 좋아한다.
나무꾼은 순하고 남의 말을 잘 듣는다. 끊기가 없다.
시어머니는 이기적인 편이다.
선녀는 땅에서의 삶이 새로워서 좋다. 하늘에서 볼 수없던 초가집의 아기자기함도 색다르고 온 가족이 좁은 상에 모여 옹기종기 앉아 식사를 하는 식사시간도 좋다.
저녁노을 질 때면 저녁식사를 마당 가운데 마루에 나와 지는 해를 보며 남편과 시어머니를 모시고 식사하는 즐거움도 행복하다.
나무꾼은 선녀와 함께하는 매일이 좋다. 선녀가 자기와 어머니를 위해 땅에 살겠다 결정해준 것도 고맙고, 함께 잠자리에 들고 함께 눈뜨는 매일이 좋다.
일하러 가기 싫을 정도로 나무꾼은 선녀와의 시간이 좋다. 어머니도 요즘 편해 보이셔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
시어머니는 아들이 결혼하게 되어 기쁘다. 며느리가 하늘에서 온 선녀라 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함께 살게 되어 앞으로는 빨래며 식사며 집안일을 챙기지 않아도 되니 벌써부터 마음이 여유롭다. 이제 아들 안 챙겨도 되니 차려주는 밥 먹고, 놀러 다닐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조금 있으면 손주도 볼 생각에 인생 잘 살았다 싶다.
"부인, 오늘은 비가 와서 나무하러 가기 어려우니 집에서 무얼 할까요?"
"여보, 비가 오니 맛있는 전이나 부쳐먹을까요? 맛있게 해 드릴게요."
나무꾼과 선녀는 비 오는 날 함께 쉬며 전도 부쳐먹고 종알종알 이야기도 나누며 좋은 시간을 가진다.
시어머니도 덩달아 맛있는 전도 먹고, 빗소리 들으며 시원하게 낮잠도 자고 평온한 날을 보낸다.
비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계속 오니 좋았던 여유도 잠시라고, 셋은 할 일이 없어 늘어져 있다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얘야, 며칠째 비가 와서 답답한데 식사 때마다 그 반찬이 그 반찬이니 입맛도 없구나. 뭐 색다른 거 없느냐?"
"어머니, 비가 와서 나무를 하러 가지 못한 덕에 먹거리를 사지 못해 별다른 게 없네요. 어쩌죠?"
"그럼 나는 안 먹으련다. 입맛도 없고..."
시어머니의 말에 선녀는 걱정도 되고 내심 서운하다. 매일 같은 반찬 해 드려야 하는 본인 마음도 편치 않은데 한소리까지 들었으니. 비 온다고 늘어져라 몇 날 며칠 잠만 자는 나무꾼도 왠지 꼴 보기가 싫다.
며칠 만에 보이는 해가 더없이 반갑다. 저리도 눈부셨던가 싶을 정도로 며칠 내린 비 덕에 세상은 깨끗해졌고 태양도 더 빛을 발하는 듯하다.
맑게 개인 하늘을 보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선녀는 아침 일찍 일하러 갈 나무꾼을 위해 새벽부터 맛있고 든든한 아침상을 차린다.
없는 반찬이지만 조금이라도 색다르게 해 주겠다 맘먹고 열심이다.
"이게 뭐냐? 내가 지난번 입맛이 없다고 했는데 오늘도 별다른 게 없구나. 먹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거냐."
"아니에요 어머니, 재료가 다른 게 없는 상황이라 그래도 입맛에 맞으실까 정성 들여 조금 색다르게 만들어보았는데 마음에 안 드세요?"
"어머니, 그냥 드세요. 부인이 정성 들여 상을 차렸는데 그러시면 어떻게 해요. 다음에 입맛에 맞으시게 해 드리라고 할게요."
아침부터 개인 날씨와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부인, 어머니가 나무라서 마음이 상했지요? 미안해요. 어머니가 며칠째 같은 음식만 먹으니 화가 나셨나 봐요."
"저는 있는 재료로 좀 더 맛있게 드시도록 한다고 노력했는데 저리 말씀하시니 많이 속상하네요."
"그리고 며칠째 나무를 못해와 여유가 없어 장도 못 본 상황이라 집에 먹을게 거의 떨어졌어요. 당신이 나무를 해오면 얼른 팔아먹을 것 좀 사 와야겠어요."
선녀는 어머니의 말과 행동에 서운하고 황당했지만 상황을 해결하면 된다 여기고 이번 일은 참고 넘어간다.
비에 잔뜩 젖었던 나무를 하느라 힘들었던 나무꾼은 전보다 적은 양의 나무를 해오고, 기대보다 적은 나무의 양에 선녀 또한 나오는 한숨을 삼킨다.
적게나마 장을 봐와 정성 들인 저녁으로 어머님 상을 차려드리고 둘은 잠자리에 눕는다.
잠자리에 누워 생각이 많아진 선녀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이야기한다.
"여보, 비가 이리 오면 나무를 하러 가지도 못하고 이번 같은 일이 반복될 터이니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요. 당신이 일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무슨 일을 한단 말이오? 나는 평생 나무만 하고 살던 사람인데 다른 건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어쩐단 말이오."
"그래요? 그럼 제가 할 일을 찾아볼게요. 저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당신이 무슨 일을 해요. 내가 나무를 더 열심히 해올 테니 당신은 어머니 잘 모시고 집안일에 신경 쓰시오."
"제가 일을 하지 않으면 상황은 변하지 않을 테고, 이제 아이도 세상에 나오면 더 필요한 게 많아질 텐데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요."
그리하여 선녀는 바느질을 할 거리를 찾아다가 품삯을 받아 가계에 보탬이 되려 한다.
한다면 확실하게 하는 선녀는 마을에서 옷 잘 만든다 소문이 나고, 그리하여 선녀네 집에는 일거리가 잔뜩 쌓이고 선녀 또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그런데도 시어머니는 매 때마다 선녀의 밥상을 기다리고만 앉아있다. 일하다가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어질라치면 꼭 한소리를 해대고, 나무꾼까지 앞세워 선녀가 밥을 늦게 차려줘서 배가 고파 힘들었다 투덜댄다.
"여보, 요즘 제가 일거리가 많아 밤 잠도 잘 못 잘 정도인데 어머님 진짓상을 제때 차려드리고 집안 살림도 하는 것에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어머님이 식사 준비를 맡아주시고 당신은 집안 청소라도 함께 해주면 어떨까요?"
"그래요, 그럼 청소는 내가 하고 어머님께도 말씀드리리다."
나무꾼은 어머니 방에 들어간다.
"뭐야? 나보고 밥을 차려서 며느리한테 받치라는 거냐? 이런 고약한 노릇이 있나?"
노발대발 화를 내시는 어머니의 소리에 선녀는 얼른 방으로 뛰어든다.
"어머님! 노여워 마시고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젊디 젊은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밥을 해내라고 하니 내가 화가 안 나게 생겼느냐?"
"어머님, 요즘 어머님이 보시다시피 바느질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니 어머님 식사를 제때에 못 차려드리고 하니 서로 가족끼리 돕자는 이야기였어요. 어머님께서 아프시거나 하시지는 않으니 식사라도 도와주시면 제가 더 일에 전념할 수 있고요. 대신 제가 시간이 될 때에는 당연히 어머님 식사를 챙겨드릴게요."
"됐다, 나는 밥 안 먹으련다. 그렇게 어미 밥 해주기 힘들면 나는 안 먹으면 그만이다."
시어머니는 등을 돌리고 누워 서운함을 표현한다.
며칠째 집안에는 쌩쌩 찬바람만이 불고, 마음이 불편해 일을 제대로 할 수도 없고 선녀와 나무꾼은 서로 상의한 끝에 나무꾼이 식사 준비와 집안일을 좀 더 도와주기로 하고는 어머니의 노여움을 풀어주었다.
이리 매일 하루하루 바쁜 나날들을 보내는 가운데 시어머니는 손주는 언제 볼 거냐?
일만 하고 손주는 안 안겨줄 거냐? 투덜댄다.
나무꾼은 선녀와 어머니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힘들고, 바쁜데 손주 타령까지 하시는 어머니의 말에 선녀도 맘이 상한다.
그리하여 선녀는 결단을 한다.
"나무꾼, 우리는 진정한 독립이 필요할 것 같아요."
"독립이요?"
"네, 이제 어머님과도 떨어진 우리의 독립이요. 그렇다고 어머님을 챙기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에요. 한집에 살면서 서로 기대하고 실망하고 원망하고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가까이 살면서 챙길 수 있는 부분은 챙기고 서로의 삶을 존중해줄 부분은 존중해줄 수 있는 우리의 독립이 필요할 것 같아요."
선녀의 결단을 들은 어머니가 바로 받아들일 리 없었지만 나무꾼과 선녀의 설득과 토라지는 마음이 만나 둘은 어머님 집 근처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그리하여 주중에는 나무꾼과 선녀가 이룬 가정에서 서로를 도와가며 생활이 이루어졌고, 어머니는 처음에는 화가 나 둘에게 툴툴댔으나 이 생활이 익숙해지고 주말마다 찾아오는 자식 기다리는 재미도 알게 되고, 혼자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재미도 알게 되었다. 옆 마을 영감과 주중에는 나들이도 가고, 옆집 할매들이랑 만나 쑥 뜯으러 도 가고, 친구들 모여 저녁거리 챙겨 와 함께 먹으며 살아있는 영감 흉도 보고, 죽은 영감 그리워도 하며 이야기보따리 푸는 재미도 생겼다.
선녀와 나무꾼은 둘 사이에 사랑스러운 아들, 딸 삼 남매를 두고
선녀의 일은 번창하여 사람을 두고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조금 여유로워지는 시간 아이들과 어머님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나무꾼은 자식 셋 낳아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이 좋았고, 주말에는 어머님 댁에 가서 어머님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선녀와 나무꾼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