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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이 mom e Jun 21. 2022

아주 특별한 아이들

너희가 제일 사랑스러워


상이는 오늘도 교실 안을 편안한 집마냥 캐노피가 아늑함을 더해주는 작은 소파에 기대 누워 장난감을 흔들고 있다.


동이가 안 보인다. "등원을 안 했나?" 둘러보는데 교실 한쪽 마련되어 있는 볼풀 속에 쏙~ 숨어있다.

악어들과 함께다. 

유난히 짜증을 많이 내던 어제의 동이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 칭얼거리는데 악어 손인형을 가지고 놀이해 준걸 기억한 듯하다. 볼풀 장안에서 악어 손인형과 평소 동이가 잘 놀지 않는 커다란 악어 모양 쿠션 2개도 함께 들어가 있다.

오늘은 기분이 좋은 듯하다. 내 인사 소리에 방실방실 얼굴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인다.


웅이는 오늘도 네모난 자석 블록을 가지고 한창 놀이 중이다.

자연스럽게 "안넝하에요." 하며 고개를 숙인다. 아직 잘되지 않는 발음이지만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던 놀이에 푹 빠져든다.

밖 놀이터가 훤히 보이는 전면 유리창을 가진 1층이 우리 아이들의 교실이다.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도 세상을 바라보고, 날씨도 바라보고, 계절도 바라본다. 바깥 놀이장에 다른 반 아이들이 놀러 나온 모습이 보인다.


밖이 훤히 보이는 위치에 소파 명당자리에 늘 앉아있는 상이가 밖의 친구들을 바라본다. 

웅이도 그 모습을 보고는 "노이터 가자" 하고 나가고 싶다는  표현을 한다.  "그래 우리도 놀이터 가자." 

세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를 나가는 길이 분주하다.

신발을 가지고 나오며 얼른 나가고 싶은 마음에 몸이 먼저 나가는 동이와 앉는 용인 나무 발판에 신발을 내려놓고 신으려는 웅이, 신발을 내려놓고 신발을 바라보지 않고 발을 구겨 넣는 상이까지 모두 준비가 된 후 밖으로 향한다.


아이들도 바깥바람에 좋고, 햇살도 나온 아이들이 좋다.

모래를 흩트리며 그늘에서 노는 웅이는 그나마 낫다.

뜨거운 햇살 아래 동이와 상이는 뜨거움을 마다하지 않고 놀이기구에 올라가 날씨를 느끼는 듯 주변을 바라본다.

웅이가 모래 삽으로 모래를 퍼서 밖으로 뿌린다.

"모래를 뿌리면 안 돼요." 하다가 삽으로 "이렇게 파서 여기 트럭 장난감에 넣어볼까? 하며 삽 사용법을 알려준다.

그 말을 단번에 듣고 삽의 사용법을 제대로 보여줄 리 없다. 몇 번의 이야기와 스스로의 단념이 합해져야 웅이는 제대로 된  방법을 익힐 것이다. 몇 번의 반복된 이야기와 사용법 설명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웅이에게 "이렇게 하면 눈이나 얼굴에 모래 들어가서 아파요." 하고 이야기하다가 "계속 이렇게 뿌리면 놀 수가 없어요. 잠시 앉아있자 하며 벤치에 앉히고 옆에 앉아 설명한다.

"모래 뿌리면 안 돼요." "뿌리면 안 돼." "안 뿌릴 거지? 꼭 꼭 약속해."


손가락까지 걸며 스스로 약속을 하고 미끄럼틀로 향한다.

철 재질로 되어 좀 뜨거울 듯한 미끄럼틀을 만져 보이며 웅아 여긴"앗뜨, 뜨겁네" 저기 초록 미끄럼틀은 괜찮아 저 미끄럼틀 탈래? 하니 알아듣고, 초록 미끄럼틀 (플라스틱 재질)을 타고 내려온다. 다시 미끄럼틀을 향해 올라가서는 미끄럼틀에 서서 "앗뜨?" 하고는 나를 바라본다. 다시 초록 미끄럼틀로 내려온다.


아직 세 살같이 귀여운 웅이는 고집도 있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많은 여섯 살이지만 하나하나 익혀가고 따라가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고집도 사랑스럽다. 그래서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상이는 윗 어금니가 나오는 중인가 보다 윗니를 자꾸 만지작 거린다. 파댄다. 불편한가 보다

커가는 중이다 어제도 잘 놀다가 갑자기 소리 지르며 울고 울다가 안아달라고 하고를 반복했다.

아직 말이 전혀 되지 않는 상이는 그 마음과 기분 몸 상태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아이 스스로도 우리도 답답하고 가슴 아플 때가 많다.

아파서 우는 것인지 어떤 생각이 나서 그런 건지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음에 그 언어를 못 알아듣는 우리를 스스로 자책하곤 한다.

안아주면 안기고, 스킨십도 좋아하고, 웃기도 잘 웃는 상이는 살인미소를 지닌 미남이다.


나는 이 아이들을 만나고 매일 행복하다. 아이들이 주는 사랑이 많아서, 그리고 천사를 닮았을까 싶은 순수함에 사르르 녹는다. 이 아이들보다 더 어린 반 아이들이 내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 건 세상 깨끗해서 우리를 고개 숙이게 하는 이 아이들의 순수함이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이 참 좋다. 특별히 참 좋다. 

내겐 아주 특별한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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