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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이 mom e Oct 12. 2022

첫 아티스트 데이트

기록) 아티스트 웨이 - 1주

THE ARTIST'S WAY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지음, 임지호 옮김

자매들이 모두 읽어보니 좋다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음에 언젠가는 읽어야지... 그리고 책이 당기던 그날 아티스트 웨이를 주문했다.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

그 첫 주의 시작이 이번 주다.


2022.10.11 ~ 10.18

어제부터 모닝 페이지를 적었다.

그냥 눈 뜨자마자 책상 앞에 앉아 생각나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그냥 다 적어내려 갔다. 떠오르는 잡생각도 써 내려갔다. 다시 보지 않을 내용이기에 그냥 편하게 적어내려 갔다. 누군가가 내 이노트를 들춰보면 어쩌지 라는 약간의 긴장감도 느끼면서...


그리고 오늘은 이틀째다 첫날은 한쪽 조금 넘게 썼는데 그것도  버거웠다. 책을 다시 보니 세 쪽을 쓰란다.

그래서 오늘은 세 쪽을 목표로 끝나가는 내용을 짜보며 이것저것 썼다. 털었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노트에...


그리고 첫 주의 아티스트 데이트는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냥 나만을 위한 산책을 하고 싶었다. 두 시간! 

아티스트 데이트는 나를 위한 두 시간의 자유를 계획하는 것이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세수도 안 한 채로 그냥 그대로 걸었다.

아파트를 둘레를 걷다가 '저 아파트까지 걸어볼까?'

건너지 않았던 길을 건넜다.

그리고 직진!! 그러다 왼쪽 나무들이 곧게 줄 서있는 길이 눈에 띄었고 그쪽으로 오라는 듯 길이 나를 당겼다.


 안개가 자욱한 날씨 덕에 그냥 아파트 산책길임에도 불고하고 동화 속 세상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산책을 여기까지 오면 되겠다. 이 아파트 산책길 좋네.'

하며 곧게 난 길을 걷다 보니 문득 가고 싶다 생각만 하고 발길을 돌리지 못했던 교회가 생각났다.

선뜻 걸어가기가 실천이 안 되어 미뤘던 교회길

이번에는 그 교회까지 가볼까 하며 목표를 정한다.


이어폰 하나 가방 하나 없는 그 순간, 나의 요구에 집중하는, 주변의 나무와 하늘과 길에 집중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참 좋다 참 가볍다 느껴졌다.


'아~ 좋은 음악이 없어도 그냥 아무것이 없어도 그냥 이 순간에 집중해도 참 좋구나.'

20분 즈음 길을 걷다가 10월 아침의 쌀쌀한 기온과 걷기를 게을리하던 근육 풀린 다리가 간질간질거렸다.

슬슬 몸에 찬기도 들고... 주변을 둘러보니 아파트와 길만 보인다. 

쭉~ 걷다가 드디어 교회를 만났다. '생각보다 쉬운 길이네.' 생각하며 다음 수요일에는 이곳에 와서 수요 예배를 드려보자 다짐해본다. 


이제는 따뜻한 곳을 찾아 잠시 앉아 쉬고 싶다. 눈에 들어오는 파리바게트

따뜻한 커피와 아이들 간식이 될 빵 몇 개를 사고 안쪽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곳은 빵 파는 곳과 공간이 분리가 되어있어서 아주 편히 휴식하기 좋은 곳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손님 하나 없는 그 공간이 나를 위한 공간 같았다.

  

다른 곳 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는 공간이 내 마음 탓인지 공간이 특별히 더 아름다워서인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은 흡족하고 감사했다.

커피를 마시며 습관처럼 드는 생각이 '아! 책이 없네. 아무것도 안 가져왔지. 그런데 이대로도 좋네. 책 읽는 것도 나에게 할 일처럼 여겨졌었구나. 그마저도 안 하니 이 순간을 이 찰나를 그대로 느낄 수 있구나.' 감사했다.


그리고 색 달랐다.


음악도, 책도, 가야 할 목적지도 그 어느 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유!

열린 상태의 내 마음!

그것이 진정한 자유 같았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커피를 마실 땐 커피와 데이트하듯 향과 맛과 그 온도를 마음껏 느끼는 것. 그것이 충분히 채워졌을 때 그다음 나의 요구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임을 오늘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좋았다.


돌아오는 길, 오랜만에 걷고 따뜻한 커피 한잔까지 하니 배에서 신호가 온다.

발걸음이 바빠졌다. 아파트 입구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무의 모습을 급히 찍어본다.

왼쪽-오늘 아침 아래서, 오른쪽-출근길 어느날 위에서

해와 만나는 저 나무의 가지들이 만들어 내는 곡선이 늘 너무 아름답다 여겼다.

그래서 자주 나는 저 나무를 보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나무의 곡선에 감탄한다.


나무와 인사를 나누고 급히 집으로 들어와 온전히 비움의 기쁨도 느꼈다. ^^

그리고 앉아 성경을 읽고, 카페에서부터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넘치는 걸 인지하고 얼른 컴퓨터를 켰다.

나는 오늘 나의 첫 아티스트와의 데이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음의 데이트도 기대된다. 나와의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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