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초보 아줌마의 그리는 일상
"니 꿈이 뭐니?"
"제 꿈은 화가예요."
내 나이 아홉 살
현실이 눈이 들어오기 전 내 꿈은 화가였다.
태어나 처음 학교에서 받은 상이 그림상이었고,
초등 아니 국민학교 2학년 상담 중 담임선생님과 엄마의 대화 중
"민이가 그림은 잘 그려요."라는 말을 들었다.
들어버렸다.
그때부터 내 꿈은 화가였다.
그래서 종이에 끄적이는 걸 좋아했다.
'나는 그림 잘 그린다.'
마음속 이야기를 들키지 않고 표현하는 법은
힘 빼고 쉴 때 아무렇지 않게 연습장에 낙서하듯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나는 화가가 될 거니까.
그러나 현실은...
2학년 담임의 그 말을 듣고
엄마에게 나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엄마는 "화가는 밥 벌어먹기 힘들어."
엄마말 아주 잘 듣던 나는 '그렇구나. 화가는 돈을 못 벌고, 돈이 많이 드는구나.'
꿈을 접었다.
시시하게 접힌 듯 보이나 내 꿈은 늘 한편에 눌려 있었다.
꿈틀대면 티 날라 누르고, 그림 못 그린 한을 품고 있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미술을 배우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나를 화가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나는 다른 꿈들을 찾아냈다.
춤이 좋아 예쁜 발레리나가 되리라 무용부에 들어갔다.
결과는 돈 든다고 그만.
노래가 좋아 합창부에 들어갔다.
호기심 천국 예체능에 관심이 많은 둘째 딸을 말리는 것도
미안했던지 합창복까지 있는 합창부에 들어가는 걸 허락해 주셨다.
합창복을 입고 합창대회를 나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효녀 쌍둥이 동생은 같이 교내 오디션 아닌 오디션을 보고도
선생님이 합창부를 권했음에도 안 하겠다 하고 나왔더랬다.
그건 순전히 그 녀석의 이른 어른스러움이었다.
나는? 좀 철이 없었다. 둘이 나눠가진 건지
나는 철이 전혀 안 들고, 동생은 온갖 철을 다 가지고 있었다.
일 년 합창부활동을 허락하셨지만 그 이상은 해주지 못했다.
그래도 호기심 천국인 둘째 딸 덕에 큰 인심 쓰신 거였다.
그리고 늘 나의 로망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려면 배우는 과정에서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꿈만 꾸었었다.
그러다가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자는 마음이 들던 마흔 중반을 넘어 동네 화실을 알게 되었고,
찾아간 화실에서 그림 그리는 작은 로망이 현실이 되었다.
생각보다 쉬웠다.
그냥 그림 클래스를 찾아서 등록하고 돈 내면 끝!
그리고 그림 그릴 수 있는 삶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간단한 이 과정과 결과에 그동안 시도도 못한 내가 아쉬웠다.
직장 생활할 때만이라도 시작했더라면... 돈 버는데 왜 안 했지?
그냥 하면 되는 거였다.
학원 등록하듯이...
미술에 필요한 재료는 화실에서 그림 그리며 하나씩 여유가 되거나 필요시 사면된다.
하나하나 알아가고 소소히 사는 재미도 있다.
4B연필, 점보지우개, 스케치북 이런 작은 재료도 수업을 시작하고 나서 하나씩 사며 그림을 시작했다.
2022년 11월 시작한 나의 그림은 기대 이상의 행복감을 주었다.
로망을 실현했다는 만족감과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행복이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기쁨과 만족감을 주었다.
그래서 매주 1회 가는 그림 수업은 나에게 힐링의 시간이고 즐기는 시간이다.
유화, 소묘, 수채화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이 참 즐겁다.
어느새 3년이 넘은 시간 그림을 매주 그리고 있다.
화실에서 그려 작은 전시까지 한 나의 그림들이다.
1) 빛과 그림자 (어둠) / 2) 아버지의 뒷모습
나는 오늘도 매일 그림 그리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하고 있다.
난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