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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근한 수록 Mar 13. 2022

글쓰기를 어려워 말자

 내가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나는 매일매일 글을 쓸 생각에 설렜다.

글쓰기를 하면서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내야지, 멋진 단편 이야기를 적어내야지, 감사한 마음이 담긴 일기를 적어봐야겠다 따위의 열망이 내 안에 있었다. 그런데 막상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보니 순백의 바탕이 주는 위압감에 짓눌리는 게 아니겠는가. 잘못된 선택이라도 한 듯 서둘러 브런치를 빠져나가곤 했다. 브런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개인 블로그나, 일기장에 글을 쓸 때도 항상 그래 왔다. 글쓰기는 내게 어려운 숙제 같았다.

 나는 정보전달 목적의 글보다 내 생각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저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일일 뿐인데도 무척이나 어려웠다. 형체가 없는 생각을 누군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특히 그런 감정을 느꼈다. 나는 글 쓰는 행위를 좋아하면서도 겁에 질려있었다.


 겁에 질리니 할 수 있는 건 움츠러드는 것뿐이다. '글 좀 써보자.' 하다가도 끝맺지 못하고 중간에 탈주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자주 써야 내 작문 습관도, 버릇도, 부족하고 잘하는 부분도 다 알게 될 텐데 작성 자체를 하지 않으니 이거 원 참 어쩌나. 


 나는 두 가지 갈래길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글쓰기를 포기하거나 글을 쓰거나.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살펴보고, 블로그 이웃님들의 글을 여러 개 보면서 내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타인의 글을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들 정말 많다'였다. 나도 그 많은 글 잘 쓰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멋진 글을 올리는 작가분들이나 이웃분들을 위주로 그들의 글쓰기 습관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사람들의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글은 쓰다 보면 브랜딩이 된다."

 "우선 써라."

 "'잘' 쓰기보다 '자주' 쓰는 게 훨씬 중요하다."


잘 쓰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한 이치로 움직이고 있었다. 오히려 이게 이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단순하고 명쾌했다. 그냥 쓰는 것. 그게 답이었다.


그래서 내게 처방을 하나 내렸다.


"글쓰기를 어려워 말자."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모두 거쳐왔던 그 길을 나 역시 따라가기로 다짐했다. 그냥 쓰는 거다. 문법이 맞지 않아도 주제가 엉망진창이어도, 한 가지 이야기로 쭉 끌고 가는 호흡이 없더라도 우선은 내 생각을 쭉 나열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글을 말하듯이 쭉쭉 써 내려가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그 '쭉쭉'을 못 하고 있었으니까.



 완벽한 초고는 없다.

 그래서 나는 써야만 한다. 우선 쓰고 그다음 고치는 단계로 넘어가면 못 쓸 게 없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헤밍웨이 님처럼 가슴을 치는 소설을 쓰고 싶어 했으니, 몇 자 쓰는 게 얼마나 겁이 나고 압박이 느껴졌겠는지 나를 돌이켜보며 알게 됐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기계체조를 하겠다고 소위 말해 똥을 싸 댔다. 그것도 엄청나게 푸짐하고 냄새나는 똥.

 갓난아기는 아기답게 뒤집기부터 해야 한다. 뒤집기를 하기 위한 수십 번의 노력도 반드시 수반된다. 그래서 점점 팔과 다리를 쓸 수 있고, 기어 다니고, 다리 힘을 기르고, 걸음마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순리는 그렇게 흐른다. 제일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쓰는 걸 포기하지 않으면 점차 나만의 분위기와 문체가 형성되고, 그 나름의 매력을 갖게 되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용기 내서 한 장의 글을 썼다.

막상 써보니 쓸 만 한데? 하는 자신감도 살짝 붙었다. 오늘 가볍게 써 내려간 이 글처럼 내일도 모레도 한 발씩 나아가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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