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공놀이를 할 때 말이야, 공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지.
그 공을 잘 받지 못하면,
우리는 멀리까지 뛰어가서 다시 주워와야 해.
수고스럽지. 피하고 싶을 때도 있어.
가끔 어떤 공은 꼭 나에게 오는 것처럼 보여.
분명히 내 쪽으로 향해 오는데도
나는 가만히 멍하니 서 있을 때가 있어.
받아낼 수 있는 팔도 있고,
받을 힘도 충분히 있는데 말이지.
"이건 나한테 던진 게 아닐 거야."
괜히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말야.
내가 그 공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는 건,
그 공이 내 마음을 향해 날아왔다는 뜻이겠지.
그럴때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해.
“지금 나는 경기장 안에 있는 걸까, 밖에 있는 걸까?
나는 이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냥 관객으로 앉아 있는 걸까?”
혹시 너도 살면서 그런 순간을 만나게 된다면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네가 바라본 공이라면,
그건 아마 너에게 온 거란다.
너는 충분히 받아낼 수 있어.
그 순간에 너는 이미,
경기장 한가운데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