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작은 일도 더디게 흘러가고
선선한 바람도 상쾌하기 보다 부대끼듯 느껴지는 날.
지난 토요일, 기차를 타고 하루 출장을 다녀왔는데
길가다 교통사고 날뻔하고 핸드폰 깨질뻔하고
휴 무사해서 그래도 다행이라며
여차저차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
3분을 남겨놓고 기차를 놓쳐버렸다.
다음 기차는 4시간 후였다.
그 긴 시간을 보내면서 읖조리듯 기도했다.
"하나님 저 이럴거면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도 마주치게 해주세요"
시간이 다 되어 승강장 쪽으로 향하는데
어디서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누구지 하고 한참 보니 알겠는 얼굴
몇년전 같이 프로젝트를 하다가
서로 기대감이 달라서 사이가 어긋나버린 친구였다.
우물쭈물하다가 그냥 지나쳤는데
같은 기차칸 안에서 다시 마주쳤다.
뒷자리에서 자고 있길래 모른 척 했지만
내릴때 바로 앞에 서길래
세번의 우연 끝에 인사를 해야겠다 싶어
"저기.. " 하면서 말을 걸었다.
그는 반가워하기보다 당황스러워했다.
초췌한 모습인데 어떻게 알아봤냐며.
간단히 근황을 묻고
그땐 우리 둘다 미숙했지 라며 웃었다.
시간이 맞으면 한번 다시 보자며
연락처가 바뀌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헤어졌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때의 문제가 얼마나 사소한 것이었던지
누구나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반성했고 조금은 씁쓸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지난날을 회상하고 정리하는 일
그 과정에서 묵은 먼지를 털어버리고 의미를 다시 세워나가는 일
하나님께서 내게 중요한 일이 뭔지 다시 마주하게 하신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