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만해도 부모님이 나이드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그런데 그 사이 나도 나이를 더 먹었는지,
나이를 받아들이는 부모님의 모습을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 부모님들이 그 나이에 맞는 삶의 모습을 찾아나가시는 모습에서는 겸허함과 초월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자기를 주장하기보다 남은 자원을 활용해 주변에 도움이 되려고 하신다거나,
자연의 변화를 누리는 모습에서 황혼 때의 여유와 평온함 또한 풍겨진다.
하지만 노년의 때는 분명 여러모로 쉽지 않은 시기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신체 감각의 노화로 인해서 질병에 취약하고, 몸이 쉽게 피곤해진다는 점일 것이다.
몸이 그러할진대 마음과 정신은 어떨까.
이러한 상황에서 계속 감사와 낙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예전처럼 세상에 대해 영민하지도, 빠르게 반응하지도 못하고, 또 그렇기에 찾아오는 발길도 없이 더 많은 부
분 자족하여야 한다.
열심히 노력해온 삶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때 오는 무력감은 또 어떠할까.
하나님은 왜 노년을 만드셨을까.
왜 나무는 열매를 맺고 나서 나뭇잎이 더이상 싱그럽게 유지되지 못하고
말라 비틀어져서 땅에 떨어지고 짓밟히고, 그 땅 아래 거름이 되어 추운 겨울을 난 다음 다시 봄을 맞이하
게 되는 것일까.
이것을 단순히 에덴동산을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에 대한 결과로 받아들이기엔 그보다 더 깊은 순환의 진리가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에덴동산에도 열매는 있었기에, 그때도 낙엽은 있었고
성숙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원한 삶이 있는 우리의 낙원에서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일반적으로 삶의 열매라고 하면 애써서 이뤄놓은 성취를 떠올리게 된다.
노년을 묵상하다보니, 나이듦에 따라 익어가는 모습 자체가 열매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내 리듬에 맞게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하나님께 열매인 것이 아닐까.
나무 높이 달린 열매들은 새들의 먹이가 되고, 나무 속에 있던 것은 묵혀있다가 땅에 떨어져 거름이 된다.
어떠한 방식이 되었든, 순환을 이루어, 나보다 더 큰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은 연약함을 수반한다.
그때를 위해서 마음을 더 단단히 단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