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한 노파가 꾀죄죄한 모습으로 가게 안에 들어와 식사 중인 손님들에게 구걸하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아무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종업원은 노파에게 가서 미안하다는 투로 나가주기를 부탁했다. 화를 내거나 하며 내쫒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봉고차를 조금 손봐서 만든 버스가 있다. 혼자 그 버스를 타고 가끔씩 일을 보러 다니는데, 제 몸도 가누기 힘들어 하시는 할아버지가 차에 오르려고 했다. 기사아저씨는 한참이나 서서 할아버지가 차에 오르기를 기다렸고 승객들은 다들 일어나서 자리를 내주고, 앞뒤 양옆에서 부축하며 할아버지를 자리에 앉혔다. 엉겁결에 나도 할아버지를 부축해 내 옆자리에 앉혀드렸다. 할아버지는 "그라시아스" 라고 했다. 도와줄 거라 의심하나 없는 할아버지나 당연히 도와주는 모두들이나 좀 멋졌다.
얼마 전에 멋대로 싸돌아다니다가 전혀 모르는 동네까지 흘러들었었다. 어정쩡한 자세로 길 중간에 서 있다가 지나는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뭔가 열심히 설명을 시작했고, 조금 지나니 다른 아주머니가 함께 설명을 하다가 결국에 아주머니 네 명이 모여서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서 진지한 표정으로 토의를 시작했다. 내가 길을 잃었을 때 내 진로에 대해 생판 남이 이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해 준적이 있던가, 고3 담임선생님도 이렇게 해주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시장에 갔었다. 야채를 사다가 하나만 더 덤으로 달라니까, 할머니가 안 된단다. 그래서 그러지 말고 하나 더 달라고 하니까 어디서 왔냐 물으셨다. 아주 멀리에서 여기 야채 사러 왔다고 하니까 웃으면서 하나 더 덤으로 주셨다. 거짓말인데, 야채 사러 한국에서 온 거 아닌데.
여기서 사귄 친구가 내게 말했다. 자기는 돈 받고 가이드 일을 한다고 그랬다. 하지만 내 친구들에게는 돈 안 받고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러지 말고 받으라고 했더니 내 친구는 자기친구란다. 나보다도 더 물러 터져서 어쩌려는 건지 걱정이다.
내가 잠시 신세지고 있는 이 도시의 이름은 "라파스" 다. 별 생각 없다가 2달이 지나서야 알았다. "평화" 도시의 이름은 스페인어로 평화였다. 그동안 정말로 관심이 없었구나. 이제야, 알았다. 나는 평화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놔봤다. 짧다란 이야기들, 쉽게 알 수 있고 볼 수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는 많이도 지나쳤었다. 가난하고 궁핍하다는 이 나라에도 좋은 것이 이렇게나 많았다. 그리고 나는 몰랐다.
나는 내 식견을 자신했지만, 좋은 것을 이렇게나 잔뜩 놓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랬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았으면 진즉에 알았을 텐데.
그랬다면 도시도, 사람도, 내 삶도 진즉에 알아보았을 텐데 말이다.
추신, 그래서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