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 와, 무슨 시가 그래요, 나도 이런 걸 써야 하는데, 유치하지만 그래도 이런 걸 쓰고싶은데. 너무 유치해서 멋있네요.
오늘 밥 먹는 중에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당연히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결론도 없이 한참을 이야기했다.
U : 그때 왜 그분하고 결혼 안 하고 헤어지셨어요?
B : 그러게요. 근데 그때 저는 사랑을 하려면 최소한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기를 버티고 지탱할 힘. 그게 없으면 사랑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자기도 어쩌지 못해 버거운데 누굴 사랑하겠어, 다른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거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같은 거죠. 그래서 그때는 헤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저 자신도 버거워서 비틀거리는데, 그렇잖아요.
그때 그게 내 자존심이었는지, 연인에 대한 배려였는지, 아직도 모른다. 그때는 그저 이대로라면 우리는 정말 더 괴로워질 거라는 확신 같은 게 있었다. 그것도 다름 아닌 나 때문으로 말이다. 이제 와서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허울 좋은 변명이지만.
허약하고 병든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볼품없음은 생각보다 비참하여서 말이지. 혹시라도 애써가며 살아가는 연인에게 감기라도 옮기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지.
나는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만은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이가 되고 싶었는데 욕심이 과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그 괴팍한 고집은 여전해서, 내 한 몸 곧추세우는 것에 온 정신이 팔려있는 나는 이제 답이 없을지도. 세상에는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헤어짐들이 있는데, 지금 보면 내 것도 그랬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말이다. 좀 더 변명을 하자면, 가진 것도 줄 것도 없어서 기댈 어깨만이라도 줄 수 있었으면 했다. 언제든 필요하다면 좁은 품만이라도 내주고 싶었다. 비가 오든 바람이 오든 뭐든 간에 그거라도 주고 싶었다. 꽃가마도 꽃길도 마련 못하니 그거라도 해주고 싶었다.
뭐, 그런 것들이 없다고 사랑마저 내쫓은 꼴이라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이다만.
그런데 오늘 어디선가 보았다는 글귀를 전해 받고는 혼자 또 인상을 써가며 생각했다.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이야기가 부러워서, 저런 이야기는 누구에게서 쓰였는지 시샘이 났다.
나 같은 녀석은 지구를 수백 번은 떠났겠지, 도망치듯 떠나고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했겠지. 주변에 나랑 비슷한 사람들만 모아서 은하 철도라도 달려야 하나 싶다.
ㅡㅡㅡㅡㅡ
별뜻 없던 싱거운 아침인사는
사실 그런 말이 아니었어요.
밥은 먹었냐는 이야기도
사실 그런 말이 아니었지요.
아프지 말라는 이야기도
사실 그런 말이 아니었구요.
당신에게 했던 말 무엇 하나도
사실은 그런 말들이 아니었어요.
전부 다 하나같이,사랑한다는 말이었어요.
무엇 하나도 다 그런 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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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써봤다.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이야기를 써낼 수 있는지 마구잡이로 써봤다. 역시 달리듯 도망치는 나로서는 할 수 없다. 변명으로 겨우 제 한 몸 추스르는 나로서는 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