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님, 그 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인력

by 서량 김종빈

U : 우주를 지배하는 기본적인 힘들이 있잖아요, 약력, 강력, 전자기력, 그리고 중력.

B : 그렇죠. 근데 그게 왜요?

U : 그 중에 중력을 보면 그건 단지 물리적인 힘으로만 볼 것이 아닌 것 같아서요.

B : 그러면요?

U : 사람과 사람사이, 운명과 운명, 그런 무언가를 끌어당기는 모든 것에 다 중력이 있는 게 아닐까요?

B : 하긴 무언가에 이끌리는 힘을 설명하려면 그게 맞는지도 모르겠네요. 한낱 미물 안에도 우주가 있다고 하니, 그 중력이라는 것이 미물에게도 있는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그건 또 왜요?

U : 왜 중력은 질량이 클수록 강해지잖아요, 사랑이 커질수록, 열망이 커질수록, 바람이 커질수록, 그 무언가가 커질수록 운명을 끌어당기는 힘이 강해지는 건 정말 당연한 게 아닌가 싶어서요.

B : 정말 그럴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 중력으로 끌어당겨 더욱 가까워질수록 서로 더 무섭게 가속하며 가까워질테구요.


아우님, 어제 인우선생님과 이런 이야기를 좀 주고받다가 아우님 집에 가실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참, 사람 인연이라는 게 모를 일입니다. 우리가 친구가 될 줄은 정말 생각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닮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이런 말이 아우님에게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닮은 구석으로 우리가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차분한 체 하지만 매번 숨차도록 사랑하는 구석이나, 사람을 피곤해 하면서도 사람 욕심 많은 것 하며, 온통 헤매고, 느려터진 주제에 멈추지는 않는 어리숙함 같은 것들 말입니다. 게다가 이미 한참이나 늦어버렸는데도 한참을 돌아가려는 그 무모함까지 닮아서 웃음마저 나옵니다.(물론 제가 좀 더 늦었지만 말이죠.) 그런 것들을 세아리다보면 우리는 꼭 볼리비아가 아니었더라도 언젠가 만나서 친구가 되었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예전에 아우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지요. “그간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많아서, 이제는 사람이 조심스럽다고.” 또 이런 이야기도 하셨지요. “요즘은 사랑하는 게 무서울 때도 있다고.” 어쩐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제 이름 끝자에 “빈”은 “손님 맞을 빈” 자를 씁니다. 예로부터 사람이름에는 쓰는 글자가 아니라고 했지요. 인생에 너무 많은 손님이 찾아와서 자칫 감당 못하게 되면 낭패라서 쓰는 것이 아니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운명인지, 그 글자를 쓰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이름대로 살아왔습니다. 이런 저런 일들, 사람들, 온통 모여드는 것이 피곤할 지경이었지요. 그래서 저도 그렇답니다. 이만하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순간 사람에게 상처를 입고, 이만하면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순간 사랑에 통째로 휩쓸리는 날들.


어쩌면 어느 누구나 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우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남 이야기 같지 않아서 말이지요.


하지만 아우님, 요즘 저는 그것이 아우님의 인력이고 중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질량이 클수록 중력은 더 강해진다.” 아우님에게 온갖 사람들이 모이는 까닭도, 가끔 사랑이 무섭도록 가속하며 이끌리는 까닭도 전부 말입니다. 한낱 위로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저는 제 자신을 그리 달래고 타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우님이 가지는 고유의 이끌림은 아우님이 가지시는 만감의 질량이라 믿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아우님, 지난 10달의 시간이 온전히 당신의 것이었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어디에 계시든 보다 나아지려는 그 열망이 여전하기를 또한 바라겠습니다. 하여, 결국 우리가 다시 만나기를, 짧은 생애라지만 오래 보며 왕래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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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궁핍한 생활이라고는 하나,

벗이라도 놀러오는 날이면

내 구질한 지폐 몇 장이라도 주워 모아

조촐한 술상이라도 볼 터이니

염려마시고 찾아주시게.


혹여 일에 매여 사는 생활이라 하여도

벗이 찾아준다면야

일이란 게 무엇인가 하며

너스레를 떨며 풍이라도 칠 터이니

부디 나를 찾아주시게.


그리하여 우리가 오래도록 보고 산다면

후에 밤새 농이라도 주고받으며

아팠던 이야기, 헤맸던 이야기 또 하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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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님 가시는 길 배웅은 못하지만, 약소한 마음이나마 이리 전해봅니다.


우정과 응원을 담아 서량 드림.


추신, 인턴 끝나면 코디로 와요. 우리끼리 볼리비아 다 해먹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