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약속 시간보다 늦고, 의자는 플라스틱 의자에 천장은 뻥 뚫려있어서 비라도 내리면 엉망이 되는 공연장.
아직 연주를 시작하기 전이라고는 하지만 동네 주민들은 반상회라도 하는 양 모여서 떠들썩하고, 이 와중에 아이 하나가 공연장을 헤집고 다녀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연주가 시작되자 청중은 차분해졌지만, 밤을 울리는 매미와 무대 곳곳에서 풀벌레가 소란을 이어갔다.
아, 어쩌지. 이거 곤란하다. 이런 분위기, 이런 산만하고 적당한 분위기. 점점 더 좋아질 것 만 같아서 곤란하다.
지휘자는 내 바로 서너 발자국 앞에서 춤추듯 지휘봉을 흔든다. 공연 중에 관객들은 다 같이 손뼉을 치거나 함께 손가락을 튕긴다. 결국 흥을 못 이기고 일어나 춤을 춘다. 관객들의 하얀 플라스틱 의자도 흥이 달아올랐는지 덜걱 거리며 함께 춤을 춘다.
따리하 필하모니라고 했다. 음악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나라서 오케스트라는 뭔가 대단한 것인 줄 알았다. 큰 극장에서 다들 조용히 앉아 듣기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세상에는 적당해야 더 즐거운 것들이 있다. 정말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어떠신지 모르겠다. 121기는 다들 어떤지 모르겠다. 혹시 아직도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너무 애를 쓴 나머지 애가 시커멓게 타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한량이라 그럴 때 무슨 말을 드려야 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냥 아침부터 생각이 났다. 아침에 일어나니 며칠 내내 어둡고 무겁던 하늘이 지나가고 파랗다. 이런 하늘을 보고 있자니, 우리 선생님들이 오늘은 좀 더 행복해졌으면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냥 변덕이다.
121, 나는 이 숫자가 묘하게 정이 가는 것이 잘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하나였던 것이 갈래로 나뉘어 다시 하나가 되는 모양새라서 말이다. 무언가에 갈등하고 어느 순간 나뉘고 때때로 흔들렸지만 결국 하나로, 본래의 것으로 회귀하는 숫자.
나는 우리 선생님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나는 이런저런 이야기와 마음으로 변했지만 결국 다시 그 하나가 되는,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우리면 좋겠다. 숫자 하나에 집요하게 구는 것이 유치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또한 만남이고 운명이라 생각한다. 하나, 둘, 하나가 우리에게 주어진 이유가 있겠지.
적당한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아, 이건 그저 한량이 그냥 하는 소리다.)
추신, 선생님, 참 좋은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