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에는 내 것이었어._초고

악어낚시

by 서량 김종빈

아마존까지 왔다. 어쩌다 보니, 아마존까지 들어왔다. 어이가 없달까, 어처구니가 없달까, 실실 웃음이 났다. 기어이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서 말이다.


여행은 시작부터 아슬했다. 비행기는 강풍에 연착되고, 겨우 아마존에 도착하니 우기라서 강물은 잔뜩 불어있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가득 차있었고, 대낮에도 어둑하여, 이번 여행은 정말 별 수 없겠구나 했었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볼 것은 다 봤고, 나름 제 멋에 유쾌한 여행이었다. 여행 내내 비에 휘둘리고 구름에 휘둘리기는 했지만 결국은 나의 여행이었다.


결국, 그래, 결국에는 내 것이었다.


세상에는 여행자도 많고, 여행책도 많아서 내가 여행 이야기를 하기에는 민망하다만 그래도 괜히 우쭐한 기분. 나도 내 것이 있다는 것에 신이 좀 나서 말이다.


전에 나는 시키는 대로만 별생각 없이 살거나, 또는 먹고사는 걱정으로 단단히 다져진 길만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어느덧 서른을 넘기자 한번은 꼴사납게 분통을 터뜨렸었다. "이게 뭐야, 이게 전부 다 뭐야."라는 촌스러운 하소연이었다.


그래서 반쯤은 오기로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무작정, 막무가내로 이곳저곳을 들쑤셨다. 어느 날은 헤밍웨이가 보고 싶다고, 또 다른 날은 기린이 보고 싶다고, 그런 밑도 끝도 없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무늘보를 보겠다고 여기까지 왔다.


매번 적당히 꾸린 짐가방과 지도도 없는 여행길이니 삐거덕 거리기 일쑤였다. 날씨에 휘둘리거나 길에 휘둘리거나, 그도 아니면 사람에 휘둘렸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 여행은 내 것이 아닌가 의심했었다. '왜 꾸역꾸역 기어 나와가지고 이러고 앉아있냐?" 같은 자책도 많았다. 하지만 여행이 끝날 무렵이면 알 수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엔 전부 다 내 여행이었고, 그 길을 잇고 이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여행만이 아니었다.


나는 내 삶이 내 것이 아닌 줄 알았다. 곡절 많은 여행을 알기도 전부터, 내 삶은 비바람에 휘둘리는 연약하고 모자란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날은 삶의 가장자리에서 떨쳐지지 않고 맴도는 것만이 내 자리인가 했다.


이를테면 뭐라도 끄적거리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인데, 한 달 내내 쓰고 지우고 다시 쓴 것이 도무지 봐 줄 수 없을 때. 기껏 눌러온 연심이었는데 그것이 난데없이 터져 나와 이걸 어쩌나 싶을 때. 어찌어찌 붙들고 있던 내가 단숨에 무너지는 통에 무작정 내달려버릴 때,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내 삶이 내 것이 아니라 보았다. 종종 지치기도 지쳤고, 내팽개치고 싶을 때도 여러 번이어서 차라리 누가 내게 말해주었으면 했다. "기대하지 마라, 바라지도 마라, 그리고 실망하지도 마라." 전부 내 것이 아니라고 내게 못 박아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내게 그런 말이 없었다. 그러니 나는 내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중에 움켜쥘 수도 놓아버릴 수도 없어서 마침표 같은 날만 점점이 새겨갈 뿐이었다.


그러던 중에 반쯤은 홧김에, 반쯤은 뭐라도 붙들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여행을 왔다. 비바람에 비행기는 언제 뜰지도 모르고, 비에 강물이 불어 그 많던 동물들은 다 어디로 들 갔나 싶었다. 우기에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해 어둑한 수풀림은 더 어둑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기까지 왔다. 생각지 않은 일이 있었지만 이만큼 올 수 있었다. 비는 쏟아져도 날이 개면 하늘이 보였고, 보이지 않던 악어니 아나콘다니 하는 녀석들도 때가 되면 코앞까지 머리를 디밀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이번 여행 또한 내 것이었고,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어쩌면 삶 또한 내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늦어지고 때로는 아슬하여도, 어둑한 날이면 더 어둑한 풍경이어도, 찾는 것을 제때 찾지 못해섭섭하고 서운하여도, 삶 또한 결국에는 내 것이었고, 그것으로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정말 모를 일이지만 왠지 알 것도 같아서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쎄다, 언제쯤 나는 제대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무엇으로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것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모르는 중에도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계속해보는 수밖에는 별 수가 없다는 것.


정말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니 계속하는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고 지우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흔들리고 무너지어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 되든 살아가는 중에는 그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추신, 다행이다. 나같은 녀석이 이 모양, 이 꼴의 글을 끄적거려도 돌을 맞지 않는 세상이라는 게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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