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에서도, 사막의 한가운데에서도.

모로코 유아교육 서윤정

by 서량 김종빈

#1 모로코의 밤


간밤에 얼마나 많은 바람들이 지나갔을는지.

크고 작은 바람에 놀라 문득문득 잠에서 깨었지.


어서 지나가기를, 어서 잦아들기를

간절히 바라던 모로코의 밤들.


휘엉 휘엉 하며 어서 지나가지도 않고

머무는 바람으로 잠도 쉬이 오지 않았는데,

그토록 거칠은 마랑의 밤도 시간에 밀려서

결국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싶더라.


그래, 지난밤의 요란함이 무색하도록 여전한 아침이 왔지!

부단히 애쓰지 말아야겠다.

있는 그대로 바라고 바라봐야지.
그저 그렇게, 그냥 그렇게, 그래 그렇게.


#2 모로코의 한낮


처음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 홀로 선 선인장 같았다.


수많은 가시를 뾰족하게 세워가며,

그게 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헤아릴 수 없는 가시와 세아릴 수 없는 절박함만

잔뜩 품고 있었다.


살아남고 싶어서, 버텨내기 위해서 말이야.

'단비는 또 언제 맞을 수 있을까.' 불안하여

품 속에 남은 작디작은 단비 몇 알을

꽁꽁 싸매어 담아 두었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메마르지 않으려고 말이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많던 가시가 다 녹아들더니

이제는 온유하고 싱그러운 꼬마 나무가

수채화 속 풍경을 그려내고 있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뻗어 내려 둔 뿌리는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주변에는 낯익은 꽃이며 나무들이 한가득이야.
어떤 날은 소소한 행복과 위로를 가득 모아

벌과 나비가 찾아주기도 하지.

이따금씩 찾아오는 천둥번개 소나기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겨나고 있다.

이젠 이곳도 낯설고 헛헛하기만 한

사막 땅이 아니야.


응,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야.
친구들도 여럿 사귀었고,


그래,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어.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는 서윤정, 그리고 이제 슬슬 집에 갈때가 되어가는 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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