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은사님 한분이 많은 연세에도 홀로 여행을 다니세요. 배낭을 하나 매고 여행을 다니시며 글을 쓰세요. 근데 한 번은 제가 은사님께 여쭤봤죠. "선생님, 그렇게 혼자 여행하시면 위험하지 않으세요?"
그러자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겸손하면 위험하지 않단다."
......
여행 중에 어떤 선생님께서 해주신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나는 여전히 그 이야기를 곱씹고 있다.
'겸손하면 위험하지 않다.' 나는 이 말씀이 꽤나 반가웠나 보다. 이 짧은 이야기는 적당하고 알맞은 온도를 지니고 있었다.
자신의 경험, 혹은 낭만, 정의, 지식, 언변, 또 뭐가 있을까. 어쨌거나 그런 자신의 것에 취해서,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에게 취해 제멋대로가 되어버리는 여행자들이 있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면서 그것을 모험이라고 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는 용기라고 했다. 누군가의 조언을 너무나도 쉽게 무지라고 말했다. 타인이 가는 길을 틀렸다고 나무라는 것을 정의라고 했다. 언젠가 나는 그런 여행자들을 봤었다. 그리고 그런 여행자들은, 그러니까 나는 때때로 위험에 빠지고는 했다.
그래서 내게 "겸손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말씀이 더욱 오래 남는 것일지도. 길을 물어가지 않고, 채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람들의 걱정 어린 이야기들을 불편하다며 예민하게 굴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보이려고 시작한 여행이 아니었는데 그새 또 잊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으스대며 제멋대로 굴다 넘어지는 일이 빈번했을 리가 없었겠지.
여행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애써가며 무리할 것도 아니다. 모르는 길은 물어가면 될 것이고, 여행은 준비가 된 만큼만 하면 될 일이다. 걱정 어린 조언에 움츠러들어서 예민하게 굴 것도 없다.
겸손하면 무리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으면 순리를 따를테고, 순리는 위험하지 않다. 그러니 겸손하면 위험하지 않다. 몇 번을 되뇌어봐도 맞는 말씀이다.
오만한 탓에 듣지 않고, 보지 않았다. 내세우기 바빴고 그 와중에 무리하기 바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것들을 여행이라고 했던 것 같다.
다음 여행지로 가기 위해 짐을 싸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려본다.
'여행은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구태여 무리할 것도 아니다. 그리고 삶도 그렇다. 설령 혼자라도, 혼자되어도 위험하지 않다.'
곤경에 처하는 까닭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때문이다. - 마크트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