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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량 김종빈 Sep 27. 2021

인연은 적당히 우연한 편이 좋다.

반쯤 드러나지 않은 인연들과 우연함과 반가움

 인연은 우연한 편이 좋다.

어떤 날, 당신을 우연히 알게 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노래 한 구절이 떠오르는 거지.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


 당신의 이야기에 아주 찰나라 하여도,

겹쳐 보이는 풍경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기쁠 줄이야.


 나의 풍경, 어딘가에 당신이 지나고 있었다.

당신의 풍경 어느 쯤에 나도 있었다.


 그런 것들은 새삼 인연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고, 사람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들지.


 내가 걷던 바닷길도,

걸터앉았던 공원 벤치에도,

혈기뿐이던 시절마저도,

풍경은 인연에 스미어 든다.


 세상이 좁다란 탓은 아닐 거다.


 우연한 탓일 거다.

적당히 우연한 인연 탓일 거다.


...


 일을 하다가 별 마음 없이 보낸

딱딱한 업무용 이메일에 친근한 답장이 왔습니다.

아는 누군가였죠.


 어느 타국에서는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저를 기억하며 친구가 되었다더군요.


 길거리의 호흡마저 다 드러나는

노상의 테라스는 한참을 수다 떨어도

밑천이 드러나지 않는 풍경.


 예전에 우리는 한 번쯤 마주쳤을 거예요.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죠.


 요즘 그런 일들이 많았습니다.

인연이라 생각했는데,

우연히도 당신의 풍경에 제가 있었다지요.


새삼 당신이 반가웠습니다.


 정말 인연은 적당히 우연한 편이

겠어요. 그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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