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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모상.

들꽃이 온 곳에 다시 피면 또 만나요, 할머니.

by 서량 김종빈

관 위에 들꽃을 하나 꺾어 올려두었습니다.


가시는 길, 소박한 꽃 한 송이 보고 가시라고,


초록으로 가득한 여름,

미처 다 보지 못하고 떠나시는 것이

아쉬우실까 괜한 걱정에

들꽃 하나를 마음에 쥐어드렸습니다.


삶도, 남은 마음도

짊어지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라서

우리 할머니는 그저 편안하고 행복하시면 될 일입니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뜻대로 되는 소녀로

온 곳을 다니시겠지요.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는 우리 할머니 손주 얼굴 잊어버리지 마시고

먼저와서 안아주세요.


일생이 들꽃 같았던 우리 할머니,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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