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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세계일주 한번 해볼까? 11

세계 속으로 1 _ 터키 1

by 뚱이

Chapter 2. 세계속으로



드디어 터키, 여기가 지구 맞아?


♡ 여행의 시작

가족들과 주변 분들의 축복과 격려를 받으며 마지막으로 짐을 확인 한 후 드디어 집을 나섰다. 6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준비하며 기다렸던 시간이다. 집에서 공항버스를 타는 곳까지 가는 동안 혹시 뭐 빠진 건 없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혹시나 비행시간에 늦을까 걱정도 되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체크인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때문에 일찍 출발해서 인지 공항에 도착하고 나니 발권시간까지 무려 두 시간이나 남았다.


정신없이 준비하고 정리하느라 미처 챙겨먹지 못한 늦어버린 저녁 식사를 하기위해 지하 식당가로 내려갔다. 이제 여행을 떠나고 나면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모를 한식을 찾아 허기를 달래기로 했다.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김치부침개, 비빔밥. 이제 6개월 이후에나 다시 만날 음식들이다. 그래서인지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음식들과 헤어지기 싫어하는 뱃속의 허전함 때문이리라.

[공항 카페에서 만든 가계부]

저녁을 먹고 체크인을 하고 나니, 또 탑승시간까지 두 시간이 남았단다. 탑승 게이트 근처의 카페에 앉아서 이번에 새로 구입한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여행하는 동안 예산관리를 할 수 있는 가계부를 만들고, 첫 번째 여행지인 이스탄불에 대해서 공부를 해볼 요량이었다. 가족과 함께 자유여행을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은 나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주었기에 훨씬 더 긴장되었다. 탑승 대기석에 앉아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니 너무나 평안해 보인다. 뭘 하는지 그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번 여행이 걱정 되는 건 나뿐인가?


어느덧 시간이 흘러 설레는 마음과 불안함을 가득안고 모스크바 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모스크바를 경유해서 이스탄불 행 비행기로 환승 할 때는 우리 짐들이 잘 옮겨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어서 불안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이스탄불 공항에서 모두 찾을 수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숙소를 찾아가는 방법은 숙소 주인인 싸미에게 미리 문자로 받아 놨었다. 영어로 받은 문자 내용을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번역해 가면서 스무고개 퀴즈를 풀어가듯이 숙소를 찾아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스탄불 교통카드를 구입해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탑승하는 건 성공했는데, 우리가 내려야 하는 곳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서 조마조마 하며 구글맵으로 우리의 위치를 계속 확인했다.


[이스탄불 숙소의 호스트 싸미]

버스가 정차 할 때마다 에어비엔비에 올라와있는 호스트의 사진과 비슷한 사람이 있는지 바깥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눈이 마주치는 멋쟁이 아저씨가 있었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미소로 인사를 나누었다. 바로 숙소 주인인 싸미였다. 싸미는 숙소까지 우리 짐을 같이 옮겨주면서 숙소주변에 있는 교통카드 충전하는 곳, 환전하는 곳, 쇼핑하는 곳도 소개시켜주고, 마트에 들려 물건들이 종류별로 어디에 놓여 있는지 까지 세심하게 알려 주었다. 물론 싸미가 한 말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자상함이 너무나 고마웠다.

싸미는 이탈리아 사람인데, 이스탄불에 여행을 왔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서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외국사람들의 이런 문화가 생소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멋있는 것 같기도 했다.

싸미에게 집안 곳곳을 안내받은 후 작별을 하고 나니, 드디어 이 생소한 땅 이스탄불에 우리가족만 남겨졌다.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온 여행가방을 풀어 놓고 4박 5일 동안 지낼 이스탄불의 거리를 눈에 담기 위해 모두들 밖으로 나왔다. 이제 해도 저녁이 다가옴을 알리려는 듯 하늘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불안한 마음에 우리가족 모두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서 숙소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선 터키에서 쓸 경비를 환전 하고, 싸미가 알려준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저녁거리를 구입했다. 터키에서의 첫 쇼핑이었다. 잔득 긴장하면서 출발했던 여행의 시작이 이렇게 하나 둘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숙소에 들어오는 길에 유창한 한국말로 우리를 부르는 아저씨의 상술에 휘말려 생각지도 않았던 케밥과 통닭을 샀지만, 터키에서 듣게 된 한국말은 긴장하고 있던 우리의 마음을 조금은 안심시켜주었기에 기분 좋게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의 피로감이 무거웠던지 숙소에 들어와서 샤워를 한 후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졸음이 몰려와 눈꺼풀을 올릴 힘마저도 없었다. 나는 이렇게 힘에 부치는 대도 아내와 아이들은 여행의 시작이 마냥 즐거웠는지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다. 그 수다들을 다 들어주기에는 내 귀도 지쳐있어서 나는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이렇게 우리가족의 세계일주 첫 밤이 무사히 깊어져 갔다.

[갈라타탑에서 내려다본 이스탄불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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