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1 _ 터키 2
♡ 막둥이가 없어졌다
옛날 로마시대에 대전차 경주를 했던 아야소피아광장을 지나 일명 블루모스크로 알려진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에 도착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생전 처음 둘러보는 두건 덕분에 신기하고 재미있어 하면서 입장했지만, 지금은 공사 중이기에 절반밖에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차마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을 어렵게 옮겨 건너편에 있는 아야소피아 성당으로 향했다.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성당내부 구석구석을 사진에 담으며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라? 막둥이가 안 보였다. 성격이 급한 막둥이가 먼저 구경하러 가겠다고 하더니만 어느 순간 없어져 버렸다. 겁이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막둥이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큰딸이 손가락을 넣고 돌리며 소원을 비는 곳에서 동생을 찾아달라고 빌고 왔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막둥이가 겁먹은 표정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우리와 헤어지니 겁이 많이 났던 모양이다. 앞으로는 혼자서 돌아다니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우리를 걱정스럽게 했었다. 산만하기만 한 사춘기 청소년이기에 그런 걸까? 잠깐 한눈팔면 없어지곤 했다.
막둥이를 또 잃을 까봐 이번에는 막둥이의 손을 꼭 잡고 지하 궁전이라고 불리는 예레바탄 사라이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관광을 마쳤다.
♡ 터키 사람들도 키가 작았구나!
이스탄불 신도심의 중심가인 이스티클랄거리를 걷다가 남쪽 해변으로 방향을 돌리면 돌마바흐체 궁전을 만나게 된다.
궁전의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실내는 비닐덧신을 신고 들어가야 했다. ‘궁전이란 게 이런 거구나’라고 느낄 만큼 화려함을 자랑하는 그림, 가구, 커튼 들이 있었고, 화장실마저도 온통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에 빠져서 입만 벌리고 있을 때, 궁전을 한참 돌아보던 아내가 갑자기 웃으며 하는 말이 재밌다.
“여보! 여기 좀 봐요. 침대가 생각보다 작아요. 터키사람들도 옛날에는 키가 작았나 봐요. 당신은 다리 펴고 눕지도 못 하겠는데, 이 좁은 곳에서 왕비랑 같이 어떻게 잤을까요? 호호호”
아내의 장난스런 말에 아이들과 함께 웃음이 터지고, 궁전에서의 엄숙함은 사라져 버렸다.
천정에 그려진 그림의 입체감이 마치 실물인양 착각하게 만들었던 대접견실과 왕비들의 숙소라는 하렘, 그리고 왕궁 내 전시관들을 구경하고 궁전을 빠져나왔다.
오후에는 터키에서 가장 큰 시장인 그랜드바자르에 들렸다. 그랜드바자르는 우리의 전통시장 같은 곳인데, 시장을 만들 때부터 아치형 벽돌기둥으로 천장을 받치도록 만들어 놨다는 것이 특이했다. 시장 내에는 신기하고 예쁜 것들이 많아 우리는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우리는 모든 것이 다 신기하고 구경할 것들이 많아서 즐거웠는데, 단 한사람, 우리 막둥이만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물건도 안 살 거면서 왜 이런 고생을 하며 돌아 다녀야 해요? 배고프니 밥이나 먹으러 가요.”
아직 여행의 묘미를 알기에는 좀 어린가? 투덜거리는 막둥이를 달래가며 이스탄불 관광을 마무리하고서 식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