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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세계일주 한번 해볼까? 17

세계 속으로 2_그리스 2

by 뚱이

♡ 아테네의 아침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 난생 처음 온 아테네라는 곳의 느낌을 알고 싶어서 숙소를 나섰다.

숙소 앞 골목을 따라 ‘필라파포 힐’이란 곳으로 향했다. 전망좋은 이 언덕에 올라서면 그리스 시내와 서쪽 해안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욕심이 났다. 동네 뒷산 공원 같은 편안한 느낌의 언덕길을 30분쯤 걸어 올라가니 신선한 공기와 함께 고요하고 평화로운 아테네의 아침이 나를 맞아 주었다.

멀리 보이는 에개해에는 여러종류의 배들이 떠 있었고, 잘 정리된 도로 양 옆으로는 키 높이가 비슷비슷한 집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반대편을 돌아보니 숙소에서부터 골목길을 따라 정면에 보이던 아크로폴리스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 여기가 바로 아테네구나!’하는 감탄을 하면서 영화에서나 보던 옛날 그리스 군인이 된 것 같은 느낌 속에 빠져 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언덕 정상을 올려 다 보니 필로파포스 기념비가 나를 내려다보며 환영한다는 듯이 서 있었다.

2-29 아테네의 골목길, 멀리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2).png 아테네의 골목길, 멀리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2-30 필라파포 힐에서 내려다본 아테네 시내와 에게해 (2).png 필라파포 힐에서 내려다본 아테네 시내와 에게해

숙소에 돌아와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나서 그리스의회 근위병 교대식을 구경했다. '콘스탄틴'이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던 소중한 구경거리였다. 의회를 떠나 그리스 하면 떠오르는 아크로폴리스로 발걸음을 돌렸다.

2-31 그리스의회 근위병 교대식 (2).png 그리스의회 근위병 교대식

아크로폴리스에 입장하자마자 우측으로 보이는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을 시작으로 아테나 니케의 신전과 프로필라이아, 에레크테이온, 그리고 보는 것만으로도 그 웅장함에 가슴이 뭉클했던 파르테논신전을 관광하고 그리스 고고학 박물관으로 향했다.

2-32 아크로폴리스의 입구 (2).png 아크로폴리스 입구
2-33 아크로폴리스의 주인공 파르테논 신전 (2).png 아크로폴리스의 주인공 파르테논 신전

박물관 내부에는 사진에서만 봐왔던 고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 실물을 직접 대한 우리는 여행이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신기함이 가득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관람을 시작한지 서너 시간이 훌쩍 넘어가자 우리의 체력이 더 이상의 관람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다리가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하자 아쉽기는 하지만 이쯤에서 관람을 포기하기로 했다.

2-34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황금마스크 (2).png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황금마스크

몸은 피곤하고 지쳤지만 오늘 저녁에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 미리 알아둔 중국마켓을 찾아 또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한국 식자재들을 만난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반가움과 신비함 마저 느껴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4kg짜리 김치한통과 오뚜기 카레 2봉, 순창고추장 한통을 사들고 맛있게 먹을 저녁을 기대하며 기분 좋게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내심 피곤한 몸을 기댈 자리를 기대했었지만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 그런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동양인은 우리가족 뿐인 것 같았다.

그리스 사람들의 특유의 땀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자기들 끼리 이야기 하는 소리가 커서 지하철 안은 흡사 시장 통 같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익숙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뿔사! 아까 구입한 김치통이 밀폐가 잘 안되었는지 냄새가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렸을 때 등교하는 버스 안에서 도시락이 새는 바람에 김치냄새가 버스 안을 가득 채웠던 생각이 났다. 그런데 여기는 그리스다. 창피함에 미안함 마저 더해져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며 숙소 앞 지하철역에 빨리 도착하기만을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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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마켓에서 만난 우리 식품들

이런 저런 사연들을 가지고 겨우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문제의 김치부터 꺼내어서 맛을 봤다. 역시 맛있다. 김치 하나만으로도 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눈을 반짝 거리며 주방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부지런히 돼지고기를 썰고, 양파와 마늘을 더해 김치찌개를 끓여 냈다. 한국 김치와 그리스 돼지고기의 만남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 기름기가 적당히 베어있는 김치찌개는 한국에서 먹었던 어떤 김치찌개보다 맛있었다.

찌개를 끓이는 동안 이미 냄새에 취해버린 우리는 허겁지겁 저녁을 먹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깔끔하게 그릇들을 비워나갔다.


저녁을 먹을 때는 몰랐는데, 배가 조금씩 불러오니 이제야 오늘의 피로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몸이 천근만근이다. 이제 겨우 저녁 9시밖에 안되었는데도 그냥 꿈나라로 직행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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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또다른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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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푸짐한 먹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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