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2_그리스 4
♡ 앗! 운전면허증
아테네 공항에서 산토리니 공항까지는 50분밖에 걸리지 않는 짧은 비행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의 얼굴이 울상이다.
“여보, 국제운전면허증을 캐리어에 넣고 수하물 보관소에 위탁한 거 같아요.”
헉! 운전면허증이 없다고?
이런 실수를 하다니. 나라도 좀 미리 챙길걸 그랬다.
‘운전면허증이 없이 차를 렌트할 수 있나?’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전에 국제면허증을 사진으로 찍어놓은 것이 있어서 렌트 회사에 가서 사정을 해보기로 했다.
불행중 다행인건 어제 전화한 내용이 잘 전달되었던지 렌트 회사의 픽업차량이 시간 맞춰 마중 나와 주었다.
렌트 회사에 도착해서 사장님께 국제면허증은 사진으로 가지고 있고, 한국면허증과 패스포드가 있으니 이걸로 차량을 렌트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사장님께서는 경찰에 문의를 해보고 결정하자고 하시구선 경찰서에 전화를 하시더니 안 된다고 한다.
다시 사정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어쩔 수 없지 뭐.”
포기가 바른 우리 가족이다.
“그럼 죄송한데 우리가 차편이 없으니 예약한 호텔까지 좀 태워 주실 수는 있죠?”
라고 부탁했더니 그건 해줄 수 있단다. 당연히 그래야지. 우리가 차를 못 빌리는 바람에 자기들은 공짜로 대여료를 챙겨먹었으니 말이다.
산토리니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불편했던 아내가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창문부터 열어보더니 투덜댄다.
“이런! 전망이 완전 꽝이네!”
“우리가 동양인이라고 이런 방을 줬나보네.”
설마 그랬을까 마는 그래도 아내의 말을 듣고 나니 내심 서운하기는 했다.
♡ 부러운 결혼식
산토리니에는 유명한 와이너리 몇 곳이 있어서 그 중에 한곳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친절한 택시기사가 와이너리 안쪽까지 들어가서 내려주는 바람에 와이너리 입구를 사진에 담기 위해 다시 한참을 걸어 나와야 했지만, 그 친절한 마음이 고마웠다.
내부에 들어와서 보니 와이너리 테라스에서 보이는 전망이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관이다. 산토리니의 본섬은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모양의 섬인데, 이곳 와이너리가 산토리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산토리니의 동해안과 서해안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런 장관이라니!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때마침 관광버스 한 대가 들어오는데, 오늘 여기서 결혼식을 하는 신랑 신부의 하객이 탑승한 버스란다.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서 야외결혼식이라니 정말 멋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의 결혼식도 이런 멋진 곳에서 치룰 수 있을까? 또 하나의 목표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 푸념 1
우리 가족들은 다들 늦게 일어나는 편이다. 아까운 아침시간이 다 날아가 버리는 게 나는 제일 아쉽다. 언제나 숙소가 바뀌는 이사하는 날 아침이면 이것저것 정리할 것도 많고 챙겨야 할 것들도 많은데 모두들 ‘언제나 아빠가 알아서 하시니까.’라고 생각하는지 너무나도 느긋하다.
아침에 일기 쓰고 아테네로 돌아가는 폐리 타는 방법 등을 검색하면서 커피한잔 하고나니 아침 7시 반이 다 되어간다. 가족들이 자고 있는 룸에 전화해서 아침먹자고 아내를 깨웠더니 식당에 등장한 아내의 얼굴이 띵띵 부어있다. 아침에 더 자고 싶었는데 너무 일찍 깨워서 힘들다고 하면서 짜증을 한바가지나 쏟아 놓는다.
쩝.
이 게으른 가족들을 이끌고 앞으로 170일을 더 버텨야 한다는 게 좀 막막해 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