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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세계일주 한번 해볼까? 39

세계 속으로 8_이탈리아 4

by 뚱이

♡ 이산가족이 될 뻔 했던 바티칸시티 관광


아침 일찍 서둘러서 9시 쯤 바티칸 미술관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도 역시나 기다리는 줄이 엄청나게 길다. 두 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바티칸 미술관도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내부 관광을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지난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했던 것처럼 오후 2시에 베드로성당 가는 입구에서 만나 베드로성당관광은 같이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바티칸 미술관에도 볼거리가 많다. 아테네학당, 천지창조 등 유명한 작품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슴 떨리는 일이다. 벅찬 감동으로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오후 1시반이다. 누구보다도 빨리 관광을 끝냈을 막둥이가 걱정이 되어 관광을 마무리하고 출구 쪽으로 향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동안 대단한 박물관들을 여러 곳 다녀봐서 인지 이제는 좀 식상한 것들도 있고 해서 생각보다 빨리 돌아보게 되었다.


출구 쪽으로 나와 보니 어라? 이게 바로 베드로성당으로 연결되는 게 아닌가? 20년 전에 방문했을 때는 바로 베드로성당으로 연결되어있었던 거 같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아내에게 카톡으로 어디냐고 물어보니 거의 다 봐서 이제 출구에 왔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가 안 보인다. 아내는 아까 약속했던 베드로 성당으로 연결되는 출구 쪽에 있다고 한다.

이런! 내가 다른 쪽 출구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다시 미술관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서 밖으로 나가 바티칸시티의 외벽을 빙 둘러서 베드로 광장으로 갔다. 베드로 광장의 중앙에 있는 오벨리스크에서 아내를 만나기는 했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문제다. 아이들은 여행 중에 핸드폰을 정지해 놨기에 와이파이가 안되면 핸드폰으로 연락할 길이 없는데 아이들은 어느 쪽 출구로 나올까? 걱정이다.


아내는 베드로성당 출구 쪽으로 가서 기다려보기로 하고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벨리스크에서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3시가 넘어가자 이제 걱정의 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내는 경비원에게 부탁을 해서 아이들을 찾으러 성당안쪽으로 들어가고, 나는 혹시 길이 엇갈릴 수 있다며 성당 출구 쪽에서 지키기로 한지 한 시간 쯤 흘렀을까. 미술관 폐관시간인 오후 4시가 다 되어갈 때 쯤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다행히 아이들을 만났단다.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큰아이는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약속한 시간이 훌쩍 넘어버려서 엄마 아빠가 다 가버린 줄 알고 연락할 방법도 없어서 조마조마해 있었고, 막둥이는 베드로 성당 가는 출구가 어딘지 몰라서 그냥 미술관 안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다행히 아이들끼리 만나서 베드로성당 입구 쪽으로 나오다가 엄마와 만났단다.


여행 중 가장 긴장했던 순간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숙소에 돌아오는 순간까지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많이 놀랬었나 보다.


감기 때문에 몸도 피곤하고 머리도 단순해져서 생각이 좀 짧았었던 거 같다. 나도 잘 모르는 베드로성당 입구를 아이들이 어떻게 찾아올 수 있겠는가? 다음에는 모두가 잘 아는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약속도 더블로 잡아서 만약에 1차 집결지에서 못 만나면 2차 집결지에서 볼 수 있도록 하자고 서로 약속했다.


어찌됐건 아내와 아이들은 모녀상봉을 한 이후에 베드로성당 내부를 돌며 관광을 하고 나왔나 본데, 나만 성당내부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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