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9_남프랑스 2
♡ 베르동 계곡
너무나 아름다운 알프스산맥의 서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베르동 계곡의 첫 번째 시작지점은 가스띠용 호수다. 이곳까지는 숙소에서 두 시간 거리이지만 가는 길이 워낙 멋있고 신기한 협곡들과 절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달릴 수 있다.
가스띠용 호수에서 베르동 강을 따라 셍뜨크와 호수까지는 약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구간이 진짜 베르동 계곡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신기하고 멋지고 웅장하면서도 정말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단지 길이 좁고 너무 구불거려서 사고가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다들 사고 없이 잘 들 다니는 거 보면 세상에는 운전 잘하는 사람이 참 많구나 싶다.
넋 놓고 구경하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중간 중간 멋진 포인트에서 잠깐 주차하고 사진을 찍어보지만 이게 사진에 다 안 담기는 게 너무 아쉽다. 이건 정말 직접 봐야만 하는 광경이다.
드디어 도착한 셍뜨크와 호수의 물은 초록색 같기도 하고 파랑색 같기도 한 비취빛을 띄고 있다. 북해도의 청의 호수 같은 색을 띄고 있는데 그 규모는 비교할 바가 못 될 정도로 정말 넓다.
♡ 니스를 떠나 다음 숙소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한 김밥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이삿짐을 꾸려서 숙소와 이별을 고했다. 정말 친절한 호스트와 너무나 아름다운 숙소를 떠나려니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앞으로 있을 또 다른 숙소들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길을 나선다.
베르동 계곡에 다시 들려서 계곡의 멋진 풍경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아침에 열심히 준비한 김밥과 맛있게 익은 배추김치로 점심식사를 하는데 지나가던 한국 아저씨가 말을 걸어와서 깜짝 놀랐다.
자기들은 두 부부가 여행을 하고 있고 우리와 같은 날 출발해서 90일 여행을 거의 마쳐가고 있다고 하신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사람들 이기에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우리는 다음숙소를 예약해 놓은 상태이고 너무 늦게 도착하면 또 밤길에 길을 헤매이게 되니 죄송하다며 헤어져야만 했다. 만약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그동안 우리가 겪은 일이랑 그분들이 겪었던 일들을 서로 나누면서 우리가 준비한 김밥과 배추김치의 맛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못내 아쉬웠다.
♡ 돈 봉투 분실 사건
대한항공 광고로 유명해진 마을 무스띠에 상뜨마리와 라벤다 평원으로 유명한 발렁솔르를 지나 새로운 숙소인 마흐띠그에 도착했다. 피곤한 몸으로 숙소에 들어와서 짐을 정리하는 중에 아내가 폭탄 발언을 한다.
“여보, 미안해. 지난 숙소에 우리 전 재산인 복대를 침대 밑에 놓고 왔어.”
“뭐라고?”
이미 저녁 7시가 넘었지만 그나마 지난 숙소까지는 고속도로로 가면 여기서 2시간 반 거리다. 호스트에게 바로 전화해서 우리가 놔두고 온 지갑이 있어서 돌아가려 하는데, 늦은 시간이지만 10시까지 가도 되느냐고 물어보니 다행히 친절한 호스트는 언제든지 다시 와도 좋다고 한다.
두 시간 반을 운전해서 다시 도착한 숙소에 들어가 보니 안방 침대의 배치가 바뀌었다. 깜짝 놀란 아내가 걱정스런 손길로 침대들을 전부 들춰보니 다행히 복대가 매트리스와 침대틀 사이에 곱게 놓여있다.
다행이다.
늦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우리를 너무나 친절하게 맞이해주고, 늦은 시간에 운전하면 위험할 테니 하룻밤 더 자고 아침에 출발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가는 길에 졸릴 수도 있으니 가면서 먹으라고 간식꺼리도 챙겨주던 착한 부부는 정말 천사가 따로 없다. 세상에는 참 착한사람들이 많구나 싶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생활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더 너그러워 진건가 싶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아내가 미안하다며 운전해줘서 그나마 편하게 마흐띠그 숙소에 다시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