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10_스페인 1
♡ 멋진 아가씨
바르셀로나는 주차비가 비싸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알아보니 바르셀로나에는 주차장 체인업체인 B;SM이라는 곳이 있단다. 인터넷으로 3일 권을 예약해놓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면 주차권을 받기로 했다.
물론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주차장 관리원을 찾아가서 예약한 내용을 확인받고 카드를 받는 데는 성공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나 스스로가 또 한 번 기특하게 느껴진다.
오늘 저녁은 평소 형님처럼 모시던 분의 딸이 바르셀로나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저녁 8시에 콜럼버스 기념비에서 만난 우리는 몬주익 언덕을 올라 해변이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나는 내심 외국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내도 덩달아 끼어들더니 여자 넷이서 수다삼매경에 빠져버린다.
나는 그저 그 모습을 보고 미소만 지을 뿐, 다른 어떤 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당차고 씩씩하게 혼자서 이곳에 자리를 잡은 그녀가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는 내용들이 우리가 이야기 해주는 것 보다 더 소중할 것 같아 나름 유익한 저녁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헤어지기 전에 아내가 집 밥을 먹은 지 오래된 그녀에게 집 밥을 대접하고 싶다며 주일날 료렛드마르에 있는 우리 숙소에 초대했다.
♡ 큰딸 생일 그리고 몬세라트 수도원
아침에 큰아이 생일이라서 문어 초무침을 곁들인 미역국 백반 한상을 대접해주고 생일축하 한다는 말과 함께 꼭 안아준 후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이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몬세라트 수도원에 방문하려는 차들이 길게 줄서있다.
산 정상에 위치한 수도원에는 주차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먼저 주차했던 차량이 빠져 나오면 빈자리에 다음 차량이 들어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기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별수 없이 아내와 아이들은 차에서 내려서 걸어 올라가기로 하고 나는 주차하고 나서 뒤쫓아 가기로 했다.
결국 주차대기 하는 데에만 두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고, 주차를 하고 나서 아내에게 전화했더니 관광 끝내고 내려오는 중이란다.
아쉽게도 나는 몬세라트 수도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나왔으면 다 같이 관광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언제나처럼 늦게 출발하니깐 이런 상황이 되어버린 거다. 아침에 제일 일찍 일어나서 식사준비하고 관광계획까지 세웠던 나만 관광을 못했다는 게 더 억울하고 안타까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3개월 동안 다듬지 못해서 덥수룩한 머리를 손질하고자 바르셀로나 시내에 있는 이발소에 들렸다.
한국에서처럼 자세한 주문을 하기는 어려워서 그냥 “숏 커트 프리스”라고 말했더니 정말 군대에 가는 신병처럼 머리를 짧게 깎아 주었다.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머리가 짧아지니까 마음까지도 시원해지는 것 같아서 착잡했던 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