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10_스페인 2
♡ 외국에서의 첫 손님 초대
주일 예배를 마치고 몬주익 언덕 근처에서 그녀를 만나 함께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2시다. 정신없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나니 오후 3시 반이 훌쩍 넘어 버렸다.
점심이 너무 늦었다고 미안해하고 있었는데 이곳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점심을 3시쯤에 먹으니까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니라며 우리를 안심시켜준다.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 아이들과 함께 본인이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내고 어떤 꿈을 가지고 생활했는지, 그리고 지금 이곳에 와서 살기까지 생활이 어떠했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는 모습을 보고 우리숙소로 초대하기를 잘했구나 싶었다.
너무나 고마웠다. 아이들에게 좋은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는 아빠의 마음이었다.
점심메뉴로 제육볶음, 된장찌개, 새로 담은 배추김치와 나물 몇 가지를 내놓았는데, 여기에 그녀가 사가지고 온 제법 비싸 보이는 스페인 와인을 곁들이니 완벽한 식사가 되었다.
오랜만에 한정식 집에 온 거 같다며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기도 하고 뿌듯하기까지 하다.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후식으로 과일과 차를 한잔 하고 나니 벌써 저녁 6시다. 돌아가는 길도 바르셀로나까지 바래 다 주려고 했는데 그냥 근처 기차역까지만 바래다 달랜다. 우리를 배려하는 모습도 참 예쁜 아가씨다.
♡ 해변에서
날씨가 너무나 화창해서 오늘의 해변 물놀이가 기대되는 아침이다.
숙소에 있던 해변용 의자와 비치파라솔, 돗자리와 김밥, 과일, 음료수 등을 챙겨서 해변으로 나갔다.
숙소에서 해변까지는 걸어서 15분정도 거리였기에 가는데 큰 부담은 없었고, 유럽에서는 수영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분위기여서 우리도 과감하게 숙소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당당하게 해변으로 걸어갔다.
이미 자리를 잡아 놓고 수영을 하거나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가족들도 있고 나이 지긋하게 드신 어르신들도 보인다. 우리도 빈곳에 자리를 잡아 파라솔을 설치하고 돗자리를 깔았다.
아이들과 나는 정말 유리처럼 투명한 바다에 뛰어들어 물놀이를 하고 있는데 아내는 물 근처에 가더니 무섭고 춥다고 안 들어온다. 수영복은 왜 갈아입고 렌즈는 왜 낀 건지 모르겠다.
해변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 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하자 한참을 물놀이를 하던 큰아이가 춥다고 물에서 나왔다. 오전에는 화창하던 날씨가 오후가 되더니 구름 낀 날씨로 바뀌어서 제법 쌀쌀해지기는 했다.
그래도 막둥이는 바다에서 노는 게 좋았는지 혼자서 계속 물놀이를 하며 이쪽저쪽으로 돌아다닌다. 덕분에 저쪽 편에 있는 해변에도 갔다 왔는데 거기는 누드비치였단다.
아직은 어린 막둥이에게는 좀 충격적이지 않았을까 걱정도 됐지만 우려했던 것 보다는 덤덤한 모습이다. 솔직히 난 좀 궁금하기도 했지만 딸아이들 앞에서 아빠가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서 아쉽지만 누드비치 구경은 포기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