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10_스페인 4
♡ 이제는 식당에서 주문쯤이야
똘레도 대성당에서는 한국어 오디오가이드가 없어서 영어로 된 오디오가이드를 들어야 했기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4개월째 외국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 졌는지 처음으로 끝까지 다 들은 오디오가이드였다.
이곳 대성당은 그동안 둘러보았던 성당들과는 또 다른 양식의 독특한 모습으로 실내가 꾸며져 있다. 이슬람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성당이라고 하더니만 약간 터키 느낌도 묻어있다.
멋있는 곳에서는 시간이 얼마나 흘러 간지 모르고 그곳에 빠져있게 된다.
어느새 오후 4시. 점심때가 훌쩍 넘어버렸다.
미리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을 알아둔 곳이 있는데 5시까지 영업한단다.
식당까지 열심히 뛰어가서 지배인을 찾아간 후 식사 주문을 했다.
“문 닫을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왔어요. 그러니까 빠르게 요리되는 메뉴를 추천해 주세요. 그리고, 우리가족들 네 명이 식비로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80유로이니 이 금액에 맞춰서 요리를 해 주시면 좋겠어요”
주문을 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이런 어려운 주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여행 중에 영어를 계속 사용하다보니 생존영어가 많이 늘기는 했나보다.
내가 주문한 것들이 잘 전달되었던지 샐러드 세 종류와 소고기 스테이크, 연어스테이크가 나왔다. 맛집이라고 하더니만 역시 샐러드도 맛있고, 멸치튀김도 고소하고 맛있다.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소금에 절인 것 같은 멸치튀김과는 맛이 완전히 달랐다.
맛있게 늦은 점심을 먹고 전망 좋은 곳으로 향하고 있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더니 비가 온다. 어쩔 수 없이 서둘러서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를 타고 숙소로 향하는데 빗방울이 더 굵어진다.
조금 만 더 늦었더라면 우리는 완전히 생쥐 꼴이 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