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13_말레이시아 2
♡ 포켓볼
엄마와 함께 쇼핑을 다녀온 아이들이 숙소 3층에 있는 공용 당구장에서 포켓볼을 치고 싶다고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자기가 해결해 보는 것이 이번 한 달 살기의 숙제라고 말을 해주니 아이들끼리 1층 관리실에 가서 당구장 열쇠와 당구공과 큐를 빌려왔다. 관리아저씨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아이들도 영어로 이런 것들을 빌리는 것쯤은 잘 하는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아직은 당구라는 것을 어디서도 배워보지 못했던 아이들 이었지만 하나하나 가르쳐 주니 곧 잘 하곤 해서 가르쳐주는 재미가 있다. 한 시간 여 동안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스트로크 방법을 알려주고 나니 이제는 엄마를 이기려고 든다. 물론 엄마도 많이 해본 건 아니었지만 서로 자존심 싸움이 붙었다. 아이들의 눈에 승부욕으로 불타오른 반짝임이 보인다.
결국 무승부로 끝나버린 게임이었지만 아이들 덕분에 온 가족이 당구장에서 포켓볼을 치면서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에 뿌듯하기도 하고 강한 승부욕으로 승리를 해보겠다는 아이들의 몸부림도 기특했던 시간이었다.
♡ 자막 없는 외국 영화
숙소 근처에 있는 쇼핑몰의 영화관에서는 매주 수요일에 하루 종일 조조요금을 적용해주는 이벤트를 한다. 영화 한편에 10링깃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3천원밖에 안하니 상당히 저렴하다.
아내와 나는 ‘터미네이터’를 보고 아이들은 ‘겨울왕국’을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보다 하루 빨리 개봉하는 ‘겨울왕국’을 보고 나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려는 아이들의 기대가 영화관으로 가는 발걸음을 더 재촉했다.
극장에서 자막 없는 영화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서 조금 긴장이 되긴 했다. 역시나 중간 중간 코믹한 부분이 있었던지 다들 웃고 있는 가운데 우리만 이해를 못해서 웃지 못하는 것이 조금은 창피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다.
그래도 액션영화여서 그런지 대사는 다 이해하지 못했어도 전반적인 내용은 이해할 수 있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도 대사는 잘 알아듣지 못했어도 내용은 재미있었다며 잘 봤단다. 다행이다.
♡ 다음 여행지 예약
새벽 3시에 잠이 깼다. 조호르바루 한 달 살기 이후에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계획이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히 아이들은 아무 생각이 없고, 아내는 말로만 여기저기 가자고 툭 툭 던질 뿐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리조트에서 푹 쉬며 즐기고 가자는 것에는 다들 동의해서 베트남 나트랑에 있는 리조트를 가기로 결정했다.
리조트 예약만은 직접 도와주겠다는 아내 덕분에 그래도 일이 좀 줄기는 했지만 리조트에 가기 전인 내년 1월 6일까지 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이 없으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래서 여기저기 검색해보고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하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밝아왔다. 그래도 새벽을 오롯이 투자해서 계획을 짠 덕분에 앞으로의 일정이 윤곽을 잡아갔다.
‘조호르바루 - 방콕 - 치앙마이 - 하노이 - 시엡립 - 호치민 - 달랏 - 나트랑 - 한국’
한국에서 출발할 때 계획했던 일정에 거의 맞춰서 귀국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계획을 정리하고 나니 긴장이 풀렸던지 온몸에 힘이 쫙 빠지면서 잠이 몰려왔다. 하지만 아침식사를 준비해야했기에 잠을 잘 수는 없었다.
요즘은 아무도 깨우지 않아도 아내는 8시쯤 일어나고 큰딸은 아침 준비하는 소리를 들으면 일어난다. 물론 막둥이는 밥을 먹자고 해야지 얼굴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다들 조금씩 아침이 빨라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조호르바루에 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그랩이라는 콜택시 시스템은 정말 좋은 것 같다. 필요한 위치에서 콜 한 다음, 원하는 위치까지 미리 책정된 금액만 지불하는 시스템인데 마치 우리나라 카카오 택시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가격이 훨씬 더 저렴하고 승차 이력과 기사에 대한 정보까지 있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확인할 수 있으니 믿음이 갔다.
그랩을 타고 조호르바루에서 가장 맛있다는 칠리크랩 전문점에 가서 기분 좋게 잘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쇼핑몰에 들려서 캐리어 하나를 또 샀다. 그동안 같이 여행 다니던 캐리어가 부서지고 깨져서 어쩔 수 없이 한국까지만 버텨줄 저렴한 캐리어를 하나 구입해야 했다. 스페인에서 캐리어를 구입한 후 두 번째 캐리어 구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