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17_베트남 8
♡ 여기가 천국인가?
아름다운 아가씨의 안내를 받아 넓고 안락한 쇼파에 앉아 웰컴쥬스를 대접받은 후 리셉션으로 안내받아 체크인을 하면서 안면인식 사진을 찍었다. 요즘은 출입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안면인식 시스템을 이용해서 얼굴만 보여주면 통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단다. 세상 참 좋아졌다.
제트보트를 타고 빈펄섬의 리조트 리셉션에서 룸 등록을 한 후에서야 드디어 우리가 쉴 숙소에 안내를 받아 도착할 수 있었다.
긴장 반 기대 반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우리 가족 모두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어마어마한 실내 전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주방과 거실만 해도 족히 30평은 되어 보이고, 두 개의 방에는 각각 화장실이 하나씩 딸려있는데 그 크기만도 웬만한 방 크기만 했다. 커다란 욕조와 별도의 샤워부스, 파우더 룸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시 방안을 둘러보니 두 명이 굴러다니며 잠들어도 될 정도의 커다란 침대와 한쪽 벽면에 걸려있는 커다란 TV, 앤틱한 분위기의 티테이블과 의자들이 있다.
커다란 통창을 나가면 넓은 프라이빗 정원이 있고, 그 한 켠에는 썬베드와 티테이블이 갖춰져 있는 수영장이 자리하고 있다.
대박! 이건 정말 대박이었다. 우리도 이런 집에서 쉬는 날이 오다니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저 감동, 또 감동 이었다.
이사하느라고 점심을 제때 못 챙겨 먹은 우리는 저녁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저녁식사는 리셉션이 있는 건물 내에 레스토랑에서 할 수 있단다.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이긴 하지만 리셉션에 전화하면 전동차를 보내준다. 피곤해서 꼼짝도 하기 힘든 우리에게는 딱 안성맞춤의 서비스였다.
뷔페 음식은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지만 숙소가 준 감동에 비해서는 좀 못한 듯 했다. 그래도 여행 중에 이렇게 편안하게 다양한 음식들을 맛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기에 한 시간 넘게 충분히 즐기고서는 숙소에 돌아왔다.
이제는 새로운 여행지를 조사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식당을 알아볼 필요가 없다. 그동안에 숙제처럼 나를 따라다니던 것들로부터 해방되니 정말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음이 편안해진 덕분인지 그동안의 여독을 풀어볼 요량으로 몸을 맡긴 욕조 안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르르 잠이 들어 버렸다. 이곳에 있는 동안은 정말 푹 쉴 수 있겠다 싶다.
♡ 빈펄리조트 그리고 풀빌라
처음 경험해보는 고급 리조트에서의 새벽은 나를 설레이게 하여 더 이상 잠자리에 있지 못하게 했다. 해변 넘어 야트막한 산위로 조금씩 붉어지는 여명을 보며 6시쯤 산책길에 나섰다.
이국적인 정원의 아침 산책길은 기나긴 여행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으로 어루만져 주는 듯 했다. 메인 리셉션이 있는 건물까지 10여분 정도의 조용한 산책길은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와 산들산들 불어와 내 몸에 부드럽게 부딪히는 적당한 습도의 바닷바람이 아침 빈속을 편안하게 해주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는 산책길이었다.
메인 동에 도착해보니 역시 골프 치시는 분들이 제일 부지런하시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골프를 치러 오신 분들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우리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저렇게 골프여행을 다닐 수 있겠지 하면서 그날을 그려보았다.
쌀국수 한 사발과 과일, 커피로 아침을 열면서 일기를 써내려갔다. 한 시간쯤 지나서 큰아이가 식당에 도착했다. 역시 또 한 시간이 더 지나니 아내가 왔다. 어쩜 저렇게 시간을 잘들 지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오랜만에 여유 있게 아침식사를 하니 너무 좋다. 6시부터 10시까지 무려 4시간 동안 이어지는 식사시간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과 해변을 보면서 지난 6개월간의 여행이야기들을 다시 상기시켜가며 천천히 아침시간을 즐겼다.
아침 식사 후 숙소에 있는 개인풀장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가족들은 이상하게도 누군가 선동해서 하자고 하지 않으면 아무도 먼저 나서서 하지를 않는다. 역시나 내가 먼저 풀장에 입수하고 나니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아내도 수영복을 갈아입고 큰아이도 수영복을 갈아입었다.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할 필요 없는 순수한 우리 가족만의 수영장이어서 인지 다들 신이 났다. 정신없이 물장구를 치다보니 제법 운동이 되었던지 더부룩했던 속이 좀 편해지는 것 같다.
숙소에 전자저울이 있는 걸 발견하고서 여행을 떠난 뒤 우리의 몸무게는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진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자신의 몸무게를 확인했다. 엄마와 아빠는 조금 늘었는데 아이들은 조금 빠졌다. 특히 막둥이는 5kg이나 빠졌다. 누가 보면 여행하는 동안 아이들을 엄청 부려먹고 엄마 아빠만 많이 먹고 다니는 나쁜 부모들 인줄 알겠다 싶다.
열심히 퐁당거리며 놀다 보니 어느덧 12시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아침 먹은 지 얼마 안지난거 같은데 벌써 점심시간이라니. 그래도 이미 계산을 해버린 하루 세끼 밥값이 아까워서 또 먹으러 갔다. 배가 하나도 안 고픈데도 먹으니 신기하게 또 들어간다. 이러다 살이 얼마나 더 쪄서 귀국을 할지 걱정된다.
숙소에 돌아와서 뜨거운 햇살을 피해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기고서 TV를 보면서 한가한 오후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또 저녁 먹을 시간이다. 하루 종일 먹고 잠깐 쉬었다가 또 먹고, 또 쉬었다가 또 먹었다. 이게 일상이 되면 안 되는데 그래도 아무런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는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은 정말 편안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아내와 함께 숙소 앞 해변을 산책하며 옛날 추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내와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18년이다. 그 세월의 추억들이 길게 늘어져 있는 해변을 충분히 걷고도 남을 만큼 많이 쌓여있어서 하나하나 끄집어 내 보는 것도 작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발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바다 모래의 부드러움과 조근조근 속삭이듯이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우리 부부의 옛이야기들과 함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