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세계일주 한번 해볼까? 73

세계 속으로 17_베트남 9

by 뚱이

♡ 행복한 아침


오늘은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레스토랑에 도착했기에 창가의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시간 내내 아내의 눈에는 행복함이 가득 차 있었다.

여자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 아내만 특별한지 모르겠지만 보여지는 것들에 따라 기분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어떻든 아내가 행복해하는 이 아침시간 만큼은 나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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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둥이의 꿈


여행중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오던 막둥이가 오늘은 자기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 꺼냈다. 자기가 같은 또래 친구들보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같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상당히 뛰어난 소질을 보여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 번도 막둥이의 완성된 그림을 보지 못한 우리는 막둥이의 그림솜씨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막둥이가 언니랑 엄마에게 일러스트 학원을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나보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이야기 해줬다. 막둥이의 기를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을 너무 모르고 착각 속에 사는 것 보다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계속 뭔가 도피만 하려고 하고 재미로 그냥 해보고 아니면 마는 그런 식의 즉흥적인 결정을 이제는 지원해 줄 수도 없다.


그래서 저녁식사 후 가족끼리 대 토론회를 하게 되었다.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언니가 중학생 동생에게 조언을 해주는데 옆에서 들어보니 제법 조리있게 말을 잘한다. 기특했다.


“중학교 생활을 만만하게 보면 안 돼. 생각한 것처럼 쉽게 생활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동안 네가 보여준 행동들이 가족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어. 그러니 이제부터는 너도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거야.”


막둥이의 안일함을 일깨워주는 일침을 놓는 언니의 말들이었다. 참 기특한 말들이다. 엄마 아빠가 해야 할 말들을 언니가 대신 해주니 고맙기도 하고, 언니의 말이라고 잘 들어주는 막둥이도 기특했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도 저 시절을 겪어 왔지만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처럼 생각했다면 한 대 때려주면서 “내가 네 속을 다 알아!” 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지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는가 보다.


♡ 귀국


행복했던 리조트 생활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우리의 기나긴 여행이 거의 끝나 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움과 뿌듯함이 함께 교차하는 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이런 저런 복잡한 마음들을 뒤로하고 그랩을 불러 타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이런! 지난번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우리는 국제선을 타야 하는데 국내선 탑승장에 내린 것이다.

휴~ 어쩔 수 없이 국제선 공항까지 걸어서 가야했다.


오랜만에 장시간의 비행이다. 4시간 조금 넘게 걸린 거 같은데, 원래 출발시간보다 두시간정도 늦게 이륙한 비행기 덕분에 한국에 도착해 보니 대중교통이 다 끊어진 새벽 시간이다.

공항에서 첫차를 기다리며 앉아있기에는 너무나 피곤했다.

집에 거의 다 왔다는 안도의 마음에 긴장이 풀렸던지 몸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지금 이용할 수 있는 교통편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짐이 많아서 밴을 타야 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기는 말이 통하는 한국이니까. 이정표도 한국어로 되어있고 누구에게나 한국말로 물어보면 된다. 너무 좋다.


이른 새벽시간 인데도 다행히 깨끗하고 넓은 차를 찾을 수 있어서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다시 돌아온 우리집


우리집인데도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출입문을 열자 우리를 반겨주는 건 우리의 반려묘 ‘뚱’이었다.

“오랜만이다 뚱아! 잘 지냈어?”

제수씨가 우리가 도착하는 날에 맞춰 ‘뚱’이를 데려다 놨나 보다.


집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식탁위에 올려져 있는 것들을 보고 입을 떡 벌리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천사같은 제수씨가 미리 장을 봐와서 식탁위에 올려놓고 간 것이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김치며 나물이며 기본 밑반찬까지 해서 곱게 넣어두었다. 우리 제수씨는 정말 천사가 아닌가 싶다.


덕분에 내일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외식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한국라면은 정말 반가웠다. 베트남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새벽 2시가 되기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우리에게는 하늘의 맛나와 같은 귀한 음식이었다.


제수씨 덕분에 맛있게 라면을 끓여먹은 후 우리는 6개월간 쌓인 집안의 먼지를 먼저 닦아내야 했다. 발바닥이 까매질 정도로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두 번, 세 번 닦았지만 계속 먼지가 묻어 나왔다. 앞으로 몇 일은 더 닦아내야 없어질 것 같다. 오늘은 딱 네 번만 닦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피곤해서 더 이상은 힘들기도 했으니까.


너무나도 많은 경험들을 했던 꿈과 같은 188일간의 세계일주를 마친 우리는 원래 우리가 있었던 자리로 되돌아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지친 몸과 부른 배가 인도하는 대로 어느새 하나 둘 꿈나라로 빠져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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