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리 Sep 30. 2017

지난 5년간 UX디자인계의 변화

글쓰기, 디자인 툴의 급증, 모션, 플랫폼 다각화 그리고 AI

예전에 내가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에 UX 디자인을 직업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 덕분에 여기 저기 강의할 기회가 많아졌었다. 주요 주제는 “UX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라는 주제였다. 그때 당시엔 정말 모호한 주제였고, 하늘에 붕붕 떠있는 컨셉이였었다. 경험을 디자인 한다니, 이건 무슨 또 별을 따는 소리란 말인가. 어떻게 경험을 디자인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사람들은 헷갈려 했지만, 회사에서는 중요하게 강조 했었다.


아마 그때 당시 2012년, 애플이 주도 했던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와 아이튠즈라는 서비스를 필두로 한 시스템 전체를 보는 큰 그림을 그리는 디자인이 선풍을 일궈 냈었었고, 많은 회사들이 따라하고 싶었던 롤 모델이였다. 애플의 아이폰에서 출발해서 앱을 사용하는 순간까지의 UX디자인은 모든 회사들이 선망하는 성공 케이스였고, 회사에서는 UX디자인이라는 컨셉을 강조하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그때는 UX 디자인의 정의를 통해 본인의 업무에 도움이 되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후 지금, UX디자인이라는 컨셉은 어느정도 정착 되었다. 그 이후 많은 회사들이 꽤나 괜찮은 UX디자인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5년전의 질문 이였던 “UX 디자인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새로운 질문이 떠오르고 있을 시점인 지금, (나도 잘 모르겠다, 뭐가 새로운 질문인지는) 지난 5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1. 글 쓰는 디자이너

UX디자이너의 특성상 스타 UX디자이너는 나오기 힘들다. 예전의 전통적인 디자인 필드(특히나 그래픽 디자인, 산업 디자인 쪽) 에서는 상대적으로 ‘스타’가 나오기 수월한 구조 였다. 다시 말하면 그래픽 혹은 산업 디자인계에서의 최종 결과물은 그들의 생각이 담긴 작업물을 내놓기가 수월했다. UX디자이너는 사용자를 대변하는 사람이고 그들의 골, 니즈에 충실해야 한다. 사용자의 골 니즈에 완벽한 포커스를 둔 상태에서 본인의 생각을 디자인에 담아낸 다는건 거의 불가능하거나 엄청 어려운 작업이다. 생각해봐라.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스테판 세그메이스터, 사울 베이스 등은 본인의 작업물을 통해 유명해졌다.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 디터 램스 ,역시 본인의 작업물을 통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UX디자인계에서 유명한 사람들, 빌 모그리지, 도널드 노만, 등은 책을 쓰거나 말 혹은 강연을 통해서 유명해진 사람들이다. (스티브 잡스 빼고, 워낙 외계인이라서) 그래서 UX디자이너들은 본인의 생각을 세상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용자의 생각이 들어가야 하는 작업물에 본인의 생각을 담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글을 쓰고 있다.


2. Adobe의 쇠락, 디자인 툴의 춘추 전국 시대

Adobe의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구체적인 타겟 사용자가 없다. 포토샾만 보더라도 사진가, 예술가, 디자이너들에게 다양하게 사용되고, 어도비는 그들의 모든 니즈를 반영해야만 했다. 안그러면 특정 사용자 그룹을 잃게 되는 결과를 만들테니까 말이다. 그러다보니 포토샾의 기능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 그런데 최근 5년간 ‘디자이너’ 라는 타이틀이 붙은 사람은 UI디자인을 주로 하다보니 그 UI디자인을 위한, UI디자인을 특정 타겟 사용자로 둔 툴이 필요했고, 그 중 가장 성공한게 Sketch였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이 툴 때문에 디자이너들의 컴퓨터가 윈도우에서 맥으로 변화하고 있으니, 이 파장은 꽤나 어마어마 하다. 그리고 Sketch의 약진에 따라서 다른 툴들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발사믹 목업이니, 프레이머, 프린시플, 피그마 등등 꽤나 많은 숫자의 디자인 툴들이 (어도비 툴의 대체제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디자이너들은 더 이상 어도비 툴을 메인툴로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3. 움직이는 Dribbble

5년전의 드리블은 대부분 Visual designer들의 playground였다. GIF보다는 PNG, JPG작품들이 대부분이였고, 모션에 대한 생각은 있으면 나이스, 없으면 OK였던 시절이였다. 그러나 현재의 드리블은 움직이는 그래픽이 훨씬 많아졌다. 아마도 Motion에 뜻을 담아내려는 본격적인 시도였던 Material design의 전파도 한몫했으리라. 또한 움직이는 UI를 만들기 위한 툴에 쉽게 Access할 수 있는 환경 또한 일조 했으리라. 다른말로 하면 이제는 움직이는 인터랙션을 생각 하는 것은 UX디자이너로써 반드시 생각 해야만 하는 사항이 되었다는것을 의미한다.


4. Platform의 다양화 - VUI/ AR/ VR

알렉사의 약진,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의 등장, 홀로렌즈, 오큘러스, 바이브 등등 주요 대기업들이 굵직굵직한 하드웨어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제 디바이스는 그저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한 게이트웨이일 뿐 그다지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모든 사진은 구글 포토에 저장되어 있고, 구글 캘린더에 저장된 일정은 폰, 컴퓨터, 구글 홈 등을 통해 정보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손가락 터치’ 이외의 인터랙션 모델들을 위한 디자인이 필요했고, 이는 같은 UX디자인계 안에서도 다각화를 불러왔다. 보이스를 디자인 하는 사람은 그쪽에 포커스 하며, AR/VR을 디자인 하지 않는다. 각자의 구체적인 전문화가 이루어지며 경계를 넘나들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5. AI and chatbots

지난 5년간 구글은 엄청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구글은 구글포토에 저장된 사진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사진을 찍는지 알고 있으며, 구글맵을 통해 사용자가 하루에 어디를 다녀왔는지 모두 알고 있다. 구글 캘린더에 저장된 일정을 통해 사용자가 오늘 하루에 누구를 만나는지, 몇시에 어떤 일정이 있는지도 알고 있다. 좀 무섭기도 하지만, 이런 데이터들은 AI의 약진을 가져다 주었다. 어디에 있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교통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서 언제 집에서 나가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고, 사용자가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미리 골라주기도 한다. 지구에서 달이 얼마나 먼지를 물어봐도 대답해 준다. (별의 별 이상한걸 다 말해준다) 기존의 우리가 가졌던 사용자가 인터랙션을 기계에게 시작하고 정보를 산출해주는 방식에서 기계가 먼저 Proactively 사용자에게 말을 걸수도 있다. 디자이너들은 그에 따라 Chat이 주요 인터랙션 방식인 디자인을 해야했고, 이도 또 새로운 분야의 창출을 만들어 냈다.


지난 5년간 아마 위의 5가지 변화보다 더 많고 큰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위의 다섯가지를 꼽은 이유는 내가 필드에 있으면서 내가 몸으로 느낀 변화였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아마도 더 다양하고 급진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는 상당히 서서히 다가와서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느정도의 시점에서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 글의 목적은 그렇다. 미래를 예측하자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지난 5년동안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필드에 있으면서의 관찰을 정리하자는 것이다. 역사는 미래의 반증이고, 방향을 결정하는데 실마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필드에 있는 모든 디자이너들 화이팅. 우리 모두는 함께 변화를 이끌어 내고 그 변화를 또 우리의 디자인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작가의 이전글 일 잘하는 디자이너의 특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