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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리 Jun 15. 2021

온라인 UX 강의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면서 생각 했던 것들 몇 가지

약 10년 전, 내가 미국에 건너 오기 전에 나는 책 한권을 읽었었다. 댄 새퍼의 인터랙션 디자인 이라는 책이였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 기억으로는 아래와 같이 책 기획 의도가 쓰여져 있었다.



"내가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댄 새퍼는 카네기 멜론 인터랙션 디자인 학과 석사 출신이다) 이 책을 읽었으면 참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집필하고 싶었다. 내 후배들에게,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나는 그 말이 참 인상 깊었다. 이미 어느정도의 위치에 오른 사람의 발자취를 내가 똑같이 혹은 비슷하게 밟아 나간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나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기에 참 충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책을 읽은지 10년이 지났고, 그 10년 동안 많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나가면서 많은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엘지, 마이크로 소프트, 디즈니, 구글이라는 굴지의 기업들 안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고, 카네기멜론에서 배운 이론이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이론과 실무의 차이는 어떤점이 있는지, 내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지만 실무에서 배운것들은 어떤게 있는지 등등 10년이란 선물을 나에게 많은 노하우와 경험과 지식을 선물 주었다. 


이제 그간 배웠던 내용들을 압축해서 댄 새퍼 처럼 이제 디자인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글로써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서 책을 써야겠다고 하는 생각이 내 안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딱히 다른 방도가 생각 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만 하고 막상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있던 찰나에 패스트 캠퍼스에서 감사하게도 온라인 강의 제안이 들어왔다. UX강의를 개괄적으로 실습 수업과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였다. 그리고 나는 그 강의 제안을 수락하였고, 지난 몇달간 내 주말과 저녁 시간은 전부 강의 준비와 촬영에 할애 되었다.


처음으로 꽤나 긴 시간을 가진 온라인 강의를 촬영 하였다. 혼자서 라이팅 셋업, 카메라 셋업을 하려니 어렵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였다. 그래도 처음에 내가 말했던것 처럼, 댄 새퍼가 카네기 멜론 신입생들을 보면서 책을 썻던 것 처럼, 나도 이 강의를 내가 UX디자인을 시작할 즈음에 들었었더라면 참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작 하였다. 그리고, 다른 UX디자인 강의와는 다르게 내 경험을 녹여 내 강의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컨텐츠들을 생산하고 싶었다. 그래서 강의를 만드는 내내 아래와 같은 세가지 사항을 유념하면서 만들었다.




디자이너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간 많은 디자인 포트폴리오들을 리뷰 하면서 항상 가장 아쉬웠던 점은 디자인은 있는데, 왜 그 디자인이 나오게 되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때이다. 화려한 비쥬얼과 화려한 GIF모션은 보이는데, 이게 좋은 디자인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정의된 문제를 해결 하였는가' 와 '이 디자인에 오기까지 근거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타당성이 있는가 였다. 어느순간부터 모두가 소위 '잘 된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정답으로 놓고서는 그 정답의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그대로 따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았다. 문제 정의 -> 퍼소나 -> 유저 조어니 -> 와이어 프레임 -> 디자인 -> 프로토 타입 이 순서로 모든 디자인 포트폴리오는 비슷한 형태를 띄었고, 각각의 프로세스 사이의 연결 고리는 부족했다. 그저 '저는 와이어 프레임을 할 줄 압니다' 혹은 '저는 퍼소나를 세울 줄 압니다' 라는 걸 이야기 하는 것 같았고, 왜 퍼소나를 해야 하고 왜 와이어 프레임을 해야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퍼소나와 와이어 프레임간의 연결고리는 떨어지고, 프로세스에서의 스토리 혹은 논리적 연결 관계는 루즈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사실 내 포트폴리오에는 와이어프레임도 없고, 퍼소나도 없다. 그걸 했냐, 안했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이해하고 못하고가 더 중요한거라 생각 한다. 그래서 이번 강의에서 최대한 각 프로세스들을 왜 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하려 하였다. 포트폴리오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문제를 겪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결말이 나는 것 처럼, 디자인 역시 문제를 정의하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하나의 스토리 이다. 그래서 실습 수업에서 YouTube for learning 앱을 만들면서 그 스토리가 어떻게 짜여져 나가는지를 설명하려 하였다. 물론 이 실습 수업 하나 한다고 해서 그 과정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냐마는, 적어도 그 다음부터는 프로세스를 밟아가면서 '왜 이걸 하지?' 라는 의문을 던지고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아닐까 생각 한다. 


다른데서 주워 들은 지식을 재전달 하려 하지 않았다.

약 8년 전, 미국에 가기 전에 UX/UI강의를 하러 다녔었다. 그때의 주요 골자는 'UX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기 위한 강의가 주를 이뤘었었다. 도널드 노먼이 나오고, 문 손잡이가 나오고, 케쳡병이 나오고 등등. 다들 한번씩은 이 비슷한 강의를 봤었을 것이다. 나 역시 8년 전에는 책에서 나온 내용을 발췌를 해서 그대로 소개를 하고, 'UX는 경험을 디자인 하는 것이다' 라는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다녔었었다. 그러나 이제 어느정도 경력이 쌓인 지금 그때를 다시 돌아보면, 그때 8년 전의 내 강의는 현실적인 강의 보다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강의에서는 최대한 '내가 실제로 보고 느낀것이 아니면 강의에 넣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다른곳에서 한번쯤 들어본 강의가 아니라 내가 실무에서 배웠던 것들을 최대한 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다. 물론 완벽하게 100% 다 내가 내 머리에서 생산해낸 컨텐츠라고 단언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도 학교에서 교수님들에게 배웠고, 회사에서 선배와 매니져들에게 배워온 이상, 완전히 내 순순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는게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 들은것과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고, 들은 것을 전달하는 사람과 이해한 것을 전달하는 사람은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 한다. 이 강의에서는 도널도 노먼 이야기의 추상적인 이야기 보다는, 현재 실무에서 쓰여도 어색함이 없는 실제적인 내용들로만 구성하려고 신경 쓰면서 제작 하였다.


강의를 들은 후에도 혼자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전달하고 싶었다.

나는 공대를 나왔고, 혼자서 디자인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서 유투브를 찾아보면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면서 많은 지식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고, 그 중 몇몇의 지식들은 내 것이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터득한 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 하는 능력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무엇이든 혼자서 배울 수 있는 능력이라 생각 한다. 혼자서 여러 개념 혹은 툴들을 배워나가다 보니, 어느새 새로운 것들이 두려워지지 않을 수 있었다. 어떻게 새로운 것들을 배워야 할지, 어떻게 이 지식을 내 것으로 배워야 할지 로드맵을 쭉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이 강의는 어떻게 하면 본인만의 커리큘럼을 짜고, 이 강의 후에 학습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에 다룬다. 그래서 수강생들이 이 강의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본인만의 학습 계획을 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UX라는 필드 자체가 변화가 상당하고 지속적으로 배워야 하는게 필수가 되어 버린 상황 속에서, 혼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필수적인 스킬이 되지 않았나 생각 된다. 이제는 지식은 학교라는 철옹성 안에 있는게 아니라 원하면 어디에든 지식이 있으므로, 그 기술적 진보를 이용해야 이득 아닌가. 




이 강의는 완벽한 강의인가? 내가 하는 디자인은 완벽한가? 아니,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단지 완벽한 디자인을 찾아 나가기 위한 방법을 제시할 뿐이다. 내가 생각 하는 최고를 만들었을 뿐, 그 최고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만 존재하는 미래 시점의 단어이다. 나도 계속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되기를 위해 발전을 할테고, 그간 내가 지나온 경험들을 이 강의에 녹여 내었다. 여러분들 모두가 들어야 하는가? 그것은 여러분들의 판단이다. '모두가 반드시 들어야 하고, 이 강의를 들을시 취업 및 진급을 보장 합니다' 라는 말처럼 사기 같은 말이 없다. 이 강의를 듣고 성장할 수 있는 여부도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한만큼 성장하고, 안한만큼 제자리에 머물게 되어 있다. 여러분들 본인의 "커리어"라는 자동차에서 핸들을 잡은 사람은 본인 자신이니,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 핸들을 조향 하였으면 좋겠다. 


패스트 캠퍼스 강의 링크: https://bit.ly/34Vq9rR

참고: 이 링크를 통해 강의를 등록 하여도 저에게 추가로 이득이 돌아오진 않습니다. 이 글은 패스트 캠퍼스를 위한 홍보글이 아닌, 강의를 만들면서 제 생각을 기록하기 위한 글임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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