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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리 Jul 13. 2017

아마존과 면접을 보았다. 2차 면접

Epic fail, 다른 말로 폭망.


지난번 글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3번째 글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라이킷과 공유를 해 주셨다. 조회수는 1000이 넘었고, 공유는 거의 100회에 다다라 가고 있다.(7월 13일) 히릿! 이 모든 분들께 감사. 


아마존과 면접을 보았다, 1편 보러 가기




자, 1차 면접은 무난히 통과되었다. 2차 면접이 다가왔다. 리쿠르터는 역시 ‘다음 주 시간 언제 되니’라고 질문했고, 나는 되는 시간을 골랐고, 내가 고른 시간과는 다른 시간을 주었다. (이럴 거면 왜 물어봐)


결국 금요일 아침에 다시 전화 통화를 하기로 했다. 2차 면접관은 내가 1차 면접 봤던 사람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자만했다. 


‘설마 매니저가 ok 했는데, 밑에 사람이 자르겠어?’


설렁설렁 준비했다. 제목에서도 봤겠지만 이건 실패 기다. 설렁설렁 준비하니 결과도 설렁설렁 나오더라.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승부는 정해져 있다.
- 마이클 조던’ 



맞다. 면접은 그야말로 본인을 얼마나 잘 꾸미느냐에 달려 있고, 말을 얼마나 잘 돌려서 멋진 사람처럼 보여야 하는 게 면접이다. 슬프지만 그렇다. 꾸미는 것에 치중해야 하고, 나의 진실된, 솔직한 모습을 받아줄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에게 찾는 게 더 빠르다. ‘솔직히 대기업에서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임팩트가 얼마나 크겠어요. 주어진 일 하는 거죠’라는 대답을 하는 사람을 붙여줄 면접관은 아무도 없다. 인맥의 고리가 타이트하게 짜여 있지 않는 이상. 


또 그때 다른 회사랑도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 회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마존 전화 인터뷰에는 시간을 덜 했다. 아무래도 자만을 했고, 전화 인터뷰라 우습게 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면접의 당락을 가늠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기 위해서는 본인의 마음가짐의 진지함이 필수적이다. 마음가짐을 진지하게 가지지 않는다면, 사실 무조건 탈락이라고 봐도 되겠다. 


내가 어떻게 망했는지, 이제부터 설명 들어가겠다. 


준비. 

예전과는 다르게 스토리를 짜도 포인트를 정해놓지 않았다. 스토리는 거들뿐, 포인트를 정확하게 내려찍지 못하면 그 스토리는 중구난방이 되기 일쑤다. 아마존에서 리더십 프린시플이라는 걸 잘 숙지하라고 하는데, 이걸 제목만 알고 있었지 내용은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나의 리더십 프린시플마다 3개 정도의 스토리는 준비해야 한단다. 갑자기 생각났다. 육군 복무 신조와 병영생활 행동강령. 이해는 하지 못하고 한 글자 한 글자 외우는 게 목적이었던 의미 없는 조항들. (군대 갔다 오신 분은 무슨 말인지 알 게다) 


면접 전날, 리쿠르터한테 연락이 왔다. 면접관이 내 포트폴리오에 있는 프로젝트 AB를 보고 싶어 한다고 그걸 준비했으면 좋겠단다. 하나는 아직 프로세스가 정리가 확고히 되지 않아서 사이트에 올려놓지 않았었다. 나는 'OK! not a big deal’이라고 대답해놓고 x 줄이 타기 시작했다. 이게 첫 번째 실수다. 무슨 핑계를 대서든 프로세스 정리가 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보여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전화 시작.

올 것이 왔다. 나름 최선을 다 하려고 했지만, 도박도 자본금이 있어야 하지 자본금도 없이 테이블에 앉아서 일확천금을 바라는 느낌이었다. 스토리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포장해야 할 재료들이 없었는데, 그냥 옆에 보이는 너적 데기 같은 종이 주워 가지고 포장하려는 느낌이었다. 그냥 말 그대로 ‘포장을 위한 포장’ 이지 이쁜 포장은 아니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었다. 6년 정도 지난 프로젝트였지만, 나름 임팩트가 컸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면접관은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 디자인 피쳐가 나왔는데, 이거 어떻게 나온 거예요? 너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아닌가요?’ UX 프로세스를 설명할 때 진짜 조심해야 한다. 갑툭튀, 이게 진짜 위험한 거다. 리서치랑 아이데이션이랑 마지막 디자인 설루션들이 굵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대답을 잘 못했다. 6년이나 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청문회에 나오는 정치인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 프로젝트, 준비되지 않은 프로젝트 설명을 시작했다. 이게 UX 디자인 프로세스라는 게 사실 중구난방이다. 이 디자인이 맞다고 밀고 나가는데, 어느 정도의 프로세스가 지나면 ‘이게 아니었나 봐’ 하고 다른 아이디어 파보고, 그러다가 또 다른 아이디어 파 보고 한다. 그런 과정의 반복이 일어나서 하나의 디자인으로 수렴하곤 하는데, 이게 잘 트랙 하지 않으면 어쩌다 마지막 디자인으로 가게 되었는지 희미해지고는 한다. 



그래서 꼭 프로세스의 정리가 필요하고, 프로세스를 잘 정리해 두지 않으면 누구 앞에서 이야기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랬다. 큰 실수였다. 


어쨌든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니 질문은 막 들어오고, 질문에 잘 대답은 못하니 ‘어버버버’ 거리고 있더라. 어떻게든 잘 대답해보려 노력했지만, 그게 될 리가 있나. 


그렇게 망했다. 이것들 좀 챙겨가자. 제이슨 므라즈가 I am yours 그러지 않았나. Win some or learn some. There's no losing. 


 준비 안 하면 준비 안 하는 데로 나온다. 특히 면접은. 
 프로세스 설명할 때 갑툭튀 나온다 싶으면 경계하고 잘 잡아야 한다. 
 정리되지 않은 프로세스는 설명하려다 망할 수 있다. 정리 안되어 있으면 설명이 잘 될 리가 없다. 특히나 UX 디자인 프로세스는 더더욱!


이런저런 제너럴 한 질문들 하고, 준비는 마쳤다. 면접관이 그러더라. ‘리쿠르터한테 오늘 오후에 피드백 줄게요. 근데 오늘이 금요일이라 결과 들으려면 월요일까지는 기다려야 할 거예요’ 이 문장에서 직감했다. ‘실패’. 


면접은 결국 ‘호감’을 얻어내는 작업이다. 그 호감 이란 게 스킬과 인성과 이런 저런 게 버무려져서 나오는 비빔밥 같은 거다.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맛있는 그런. 호감만 얻는다면 면접은 성공이라 생각하고, (아니, 성공할 가능성의 증대) 대충 면접 후반 정도 가면 알 수 있다. 소개팅에서 밥을 먹고 나서 디저트를 먹으러 갈지 안 갈지 대충 결정이 되는 것처럼. 


아무튼 아마존한테 호감을 얻어내는 건 실패. 

그래도 괜찮다. Let’s move on. 


p.s.) 요새 나한테 이직하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래서, 당분간은 면접 후기 글은 잡 서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포스팅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도 다른 글감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 기대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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