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전쟁의 진짜 승자들
전쟁터에서 F-16 전투기가 출격했다. 조준경에 잡힌 목표물이 이상하다. 적의 탄약고나 레이더 기지가 아니다. 국경 너머 화려하게 번쩍이는 '카지노'와 '콜센터'다.
미사일 한 발 가격이 수억 원을 호가한다. 고작 슬롯머신과 보이스피싱 장비를 부수기 위해 전투기를 띄우는 나라는 없다. 군사적으로는 완전히 손해보는 장사다. 하지만 이것이 '비즈니스'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태국은 지금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가장 비싸고 요란한 '국가 리브랜딩(Re-branding) 쇼케이스'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우선 태국 경제의 성적표부터 보자. 처참하다. 과거 '동남아의 제조 허브'라는 타이틀은 이미 베트남에 뺏겼고, 내수 시장은 중국산 저가 공세(Dumping)에 초토화됐다. 전형적인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남은 유일한 생명줄은 관광(Tourism)이다. 국가 GDP의 20% 가까이를 책임지는 이 거대한 현금 파이프라인이 지금 막혀버렸다. "태국에 놀러 갔다가 납치되어 캄보디아 취업 사기 공장으로 팔려간다"는 괴담이 팩트가 되어 전 세계로 퍼졌기 때문이다.
이 위기 상황에서 태국의 키를 쥔 인물은 아누틴 찬비라꾼(Anutin Charnvirakul) 총리다. 그는 뼈속까지 장사꾼인 '건설 재벌' 출신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본 그의 결론은 명확했다. 캄보디아 국경의 '범죄 단지(Scam Compound)'는 단순한 이웃 나라의 비행이 아니라, 자국의 유일한 밥줄인 관광 산업 브랜드에 먹칠을 하는 '악성 부실 자산'이라는 것이다.
건설업자 출신인 아누틴에게 부실 자산 처리 방식은 간단하다. '철거'다. 그는 외교적 항의 대신 F-16을 띄워 물리적인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보아라. 우리는 범죄자들을 옹호하는 저들(캄보디아)과 다르다. 우리는 당신들의 안전을 위해 전투기까지 동원해 저 범죄 소굴을 물리적으로 박살 내고 있다."
태국이 쏘아 올린 포탄은 캄보디아군을 죽이기 위함이 아니다. CNN과 BBC를 보는 글로벌 잠재 관광객들의 뇌리에 '태국 = 범죄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옥외 광고판이다. 이 마케팅 비용으로 미사일 값 몇십억 원은 결코 비싸지 않다. 관광객 수백만 명이 돌아온다면 수조 원의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태국은 지금 국경의 도박장을 태워버림으로써, 국가 신용도(Credit Rating)를 방어하고 있다.
아누틴 총리의 정치적 셈법 또한 치밀하다. 그는 과거 대마 합법화를 주도했을 만큼 이념보다는 '돈'과 '실리'를 중시한다. 그런 그에게 캄보디아의 훈마넷 정권은 태국 경제를 갉아먹는 기생충이자, 동시에 자신의 결단력을 돋보이게 해 줄 완벽한 '편리한 적(Convenient Enemy)'이다.
내부의 경제 실정을 덮는 데 외부의 적만큼 효과적인 마약은 없다. 아누틴 정부는 국경의 포성을 생중계하며 국민들에게 "우리가 너희를 지키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입한다. 지지율은 반등하고, 군사 예산 증액은 정당성을 얻는다.
태국이 카지노를 폭격한 진짜 이유는 정의감 때문이 아니다. 재벌 총리의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한 처절한 '이미지 세탁'이자, 밥줄(관광)을 지키기 위한 '물리적 방역'이다. 우리는 이 화려한 폭격 쇼에 환호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냉혹한 진실을 봐야 한다. 동남아시아의 '회색 지대'는 이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청산되어야 할 만큼 경제적 리스크가 되었다.
이 포격은 태국 경제가 보내는 가장 강력하고 절박한 구조 신호(SO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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