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전쟁의 진짜 승자들
국경의 포성은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다. 이것은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두 리더가 국경이라는 무대 위에서 펼치는 기묘한 '협업(Collaboration)'이다.
태국의 총리 아누틴 찬비라꾼(Anutin)과 캄보디아의 총리 훈마넷(Hun Manet). 한 명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건설 재벌(Tycoon)'이고, 다른 한 명은 독재자 아버지에게 권력을 물려받은 '상속자(Heir)'다. 태생부터 다른 이 두 사람에게 평화는 독(Poison)이다. 오히려 적당한 긴장과 '외부의 적'이야말로 각자의 약점을 덮어줄 최고의 가림막이다.
아누틴의 딜레마는 '민심'이다. 그는 선거에서 제1당이 아니었음에도 군부와 타협해 총리직에 올랐다. 태생적으로 정통성이 약하다. 그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나는 군부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책임지는 강한 리더"라는 증명이다. 그에게 캄보디아 국경의 범죄 소굴은 자신의 '추진력'을 과시할 좋은 철거 대상이다. "범죄와의 전쟁"만큼 대중의 피를 끓게 하는 슬로건은 없기 때문이다.
반면 훈마넷의 딜레마는 '아버지의 그림자'다. 그는 38년간 집권한 아버지 훈센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출신의 엘리트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국가 경제를 지탱하던 '스캠 산업'과 '온라인 도박'이 박살 났다. 돈줄이 마르면 독재는 흔들린다. 배고픈 국민들의 분노가 정권을 향하기 직전이다.
훈마넷에게는 배출구가 필요했다. 그는 "태국이 우리 땅을 침범하고 있다"는 민족주의 선동을 택했다. 비대칭 전력임에도 자살에 가까운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이유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것, 독재자들이 위기 때마다 꺼내 드는 낡은 교과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업가(아누틴)'와 '상속자(훈마넷)'가 서로를 '가장 필요로 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훈마넷이 국경 초소에 로켓을 쏘면 아누틴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전투기를 띄운다. 아누틴이 강경 대응을 천명하면 훈마넷은 "결사항전"을 외치며 군복을 입고 등장한다. 마치 짜고 치는 레슬링 경기처럼, 서로가 서로의 정치적 체급을 올려주고 있다. 태국 국민은 아누틴의 결단력에 환호하고, 캄보디아 국민은 훈마넷의 애국심에 눈물 흘린다. 국경의 카지노가 불타는 동안, 두 리더의 지지율은 견고해진다. 이것이 바로 '적대적 공생(Hostile Symbiosis)'이다.
하지만 이 불장난에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있다. '통제 불능'이다. 사업가인 아누틴은 적당한 선에서 '이익'을 챙기고 빠지려 하겠지만, 생존이 걸린 상속자 훈마넷은 벼랑 끝까지 갈 수 있다. 게다가 캄보디아의 스캠 단지 배후에 있는 중국 자본, 그리고 태국 군부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이 쇼는 두 총리의 손을 떠나고 있다.
비즈니스로 시작한 전쟁이, 결국 아버지가 쌓아 올린 나라를 태워먹을 수도 있다. 지금 국경에서 죽어나가는 병사들과 불타는 건물들은, 두 정치인이 각자의 장부를 맞추기 위해 치르는 값비싼 비용처리일 뿐이다.
[다음 글] 제4화. 피해자인 동시에 공급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