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왜 카지노에 미사일을 쐈나 - 4

태국-캄보디아 전쟁의 진짜 승자들

by Gildong

제4화. 피해자인 동시에 공급자가 되었다


가장 잔혹한 블랙 코미디가 동남아 정글에서 상영 중이다.


캄보디아 국경의 '스캠 단지(Scam Compound)'는 한국 청년들에게 생지옥이었다. 고수익 알바에 속아 납치된 이들은 좁은 방에 갇혀 매일 매를 맞으며 보이스피싱 전화를 돌려야 했다. 그곳은 한국인의 피와 눈물이 고인 '범죄의 식민지'였다. 그런데 지금, 그 지옥을 물리적으로 타격하고 있는 태국군의 손에 들린 것이 낯이 익다.


하늘에는 T-50TH(골든이글) 훈련기가 날고, 해상에는 한국 기업이 건조한 호위함이 떠 있다. 날아오는 포탄을 추적하기 위해 태국이 눈독 들이는 것은 LIG넥스원의 대포병 레이더다. 한국인이 갇혀 있던 감옥을, 한국산 무기가 부수고 있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피해자'의 지위를 벗어던지고, 심판의 도구를 쥐여주는 '무기 공급자(Arms Dealer)'로 변모했다.


방위 산업에서 '실전 경험(Combat Proven)'이라는 단어는 수조 원의 마케팅 비용보다 강력하다. 성능표(Spec Sheet)에 적힌 숫자보다, 실제 전장에서 적의 진지를 초토화하는 영상 하나가 바이어의 지갑을 연다.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은 한국 방산 기업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라이브 쇼케이스'다.


태국은 동남아의 맹주를 자처하지만 구식 무기 체계로 고민하던 차에, 가성비와 성능이 검증된 한국산 무기로 무장하며 재미를 보고 있다. T-50TH의 한계를 느낀 그들은 이제 더 강력한 FA-50 경공격기를 원한다. 필리핀 역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치하며 한국산 '현궁(대전차 미사일)'과 호위함을 사들였다. 동남아시아는 지금 '한국산 무기의 전시장'이 되었다. 캄보디아의 엉성한 중국산 드론과 노후화된 장비들이 한국산 레이더와 포병 전력 앞에서 어떻게 무력화되는지,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이 이 전쟁을 데이터를 모으는 테스트베드로 지켜보고 있다.


이 상황을 도덕적으로만 바라보면 딜레마에 빠진다. "전쟁을 부추기는 죽음의 상인인가?"라는 질문은 순진하다. 국제 정치는 도덕이 아니라 '힘의 논리''현금 흐름'으로 움직인다. 태국이 카지노를 폭격하는 것은 '정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관광, 안보)' 때문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을 납치하고 괴롭히던 범죄 카르텔이 무너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인다면? 이것은 국익(National Interest)의 관점에서 완벽한 '윈-윈(Win-Win)'이다.


우리는 씁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의 비극(전쟁)은 누군가에게는 기회(시장)다. 캄보디아 정글의 화염 속에서 한국 방산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가장 냉혹한 방식이다.


한국은 더 이상 동남아 범죄 조직에게 당하기만 하는 '호구'가 아니다. 그들의 근거지를 태워버릴 '불(Fire)''빗자루(Weapon)'를 파는 강력한 공급자다. 태국의 포성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평화를 원하는가, 아니면 힘을 원하는가? 분명한 건, 힘이 있어야 평화도 팔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장부가 소각된 자리에 남을 '새로운 청구서'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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