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Ride Under Neon Lights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밤,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도로를 끝까지 밟아 달릴 때가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멈춰 서 있는 하루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알게 됩니다. 90년대 홍콩 영화 속 인물들이 그렇게까지 달렸던 이유도 비슷했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쫓겨서라기보다, 사라지기 직전의 감정을 붙잡기 위해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자기만의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는 낭만을 종종 멈춰 있는 풍경으로 기억합니다. 오래된 사진, 빛바랜 엽서 같은 것들. 그러나 진짜 낭만은 정지 화면에 있지 않습니다. 휘날리는 옷자락과 거칠게 울리는 엔진 소리 사이, 그 불안한 속도 안에 있습니다. 결말을 알면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 태도. 그게 우리가 그리워하는 감정의 실체입니다.
<Moments in Romance>는 그런 순간을 28분으로 묶은 작업입니다. 20개의 트랙은 각각 하나의 장면처럼 이어집니다. 어두운 방 안에 네온빛이 번지듯, 음악은 공간의 공기를 바꿉니다. 숨을 몰아쉬는 듯한 색소폰,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피아노. 듣고 있으면 안개 낀 항구와 젖은 아스팔트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바람이 묻고 있습니다. 지금 어디로 달리고 있느냐고. 마지막으로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순간을 아직 기억하느냐고.
선명하게 복원된 질감은 과거를 미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차가운 공기를 더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그 속에서도 여전히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질주는 언젠가 멈춤니다. 하지만 그때 타올랐던 열기는 쉽게 식지 않습니다. 화면을 켜면, 화면이 켜지면, 잊고 있던 온도가 돌아옵니다. 이제, 달릴 준비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