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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 병원이 필요해

어느 날 차량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by 지우


“백수가 운전하고 다닌다고 사람들이 웃겠다.”

엄마의 뼈 때리는 발언이 외출 중인 나의 뒤통수를 때렸다. 하지만 엄마와 같이 산 세월이 몇 년인데, 이 정도는 능청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

“이럴 때 운전 연습하고 다니는 거지!”

이때는 그 말의 이유를 몰랐다. 백수에게 운전이란 사치이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진짜 문제는 운전을 하고 꾸준히 갈 곳이 없다는 것이야!








면허를 따기 전,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운전을 시작한 뒤에도 진짜 아무것도 몰랐다.

‘기름 떨어지면 기름 넣어주고 1년에 한 번 정기검사 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광식아 이런 주인이라 미안하다.)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명절을 맞이하였고, 일주일 만에 만난 차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불이 잠깐 들어오는가 싶더니 드드드드거리는 이상한 진동음만 내뱉는 광식이에 벌써 차를 망가뜨렸나 싶어 식은땀이 흘렀다.


사기죄로 법정을 찾아가고, 이로 인해 소개해준 친구와 서먹해지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안 돼! 절대로 그런 상황까지 가면 안 돼! 힘을 내 광식아!‘


어떻게든 이 놈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사방에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가족과 친구, 게다가 챗지피티까지.

그리고 그들이 낸 결론은 모두 동일했다. 배터리가 나간 거야.


나는 정말 몰랐다. 아무것도 몰랐다.

자동차는 3~4일에 한 번은 운행을 해줘야 한다는 것. 시동이 걸리고 운행을 하며 배터리가 충전된다는 것. 시동을 30분 이상 켜둬야 한다는 것…!


나 같은 왕초보 운전자들을 위해 차량 배터리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설명해 보겠다.

차량 배터리는 100%에서 80…60…30…15%… 식으로 떨어지다가 0%가 되면 교체하는 것이 아니다.

20%였다면 시동이 켜지고 차량이 운행되면서 27…30…50%… 식으로 다시 채워지고 오래될수록 그 효율이 떨어져 방전될 가능성이 커진다.

기름은 차를 움직이는 데 사용한다면 배터리는 블랙박스나 에어컨, 차량등의 전력으로 사용된다.

그렇기에 차를 꾸준히 몰고 다니면 사용한 전력 10%/충전된 전력 20% 처럼 감당이 되는데 방치해 두면 사용전력 10%/충전된 전력 0%가 되면서 배터리가 아예 방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 나는 진짜 몰랐다.








여기서 운전자 보험의 필요성을 정말 크게 느꼈다. 긴급출동을 신청하니 15분 만에 도착하여 임시로 배터리를 충전해 주었다.(긴급출동은 1년에 6번까지 무료 사용이 가능하다니 주의하자.)

정말 시동이 켜질 정도로 최소한의 충전만 해주는 것이라 30분에서 1시간은 시동을 끄면 안 된다.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은 1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배터리를 충전해 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초보 운전자의 기나긴 모험이 시작되었다. 운전 경력이 10번도 채 되지 않은 햇병아리가 할 수 있을까요?

근데 어떡해. 해야지.


이참에 지인 추천으로 정비소를 들러 간단한 점검도 받았다. 원래는 중고차를 매입하자마자 해야 했던 일인데 어쩌다 보니 한 달이 지나서야 받게 되었다. 정말 초보 운전자다운 행동이야.

사실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다고 무조건 교체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충전 최대 효율이 떨어졌을 뿐이지 자주 운전하고 시동을 켜주면 방전에 대비할 수 있다나 뭐라나.

물론 이것도 배터리를 간 다음 아빠에게 혼나고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정말 초보 운전자다운 행동이야.


엔진 오일도 교체를 권장하셨으나 백수에겐 배터리 교체만으로도 타격이 너무 컸다.

또 여기서 바로 네!라고 대답하면 초보 운전자다운 행동 세 번째가 될 것 같아 보류하였다. 조금은 성장한 것 같지 같지?

엔진 오일은 인터넷으로 구매한 후 공임료만 내고 교체가 가능하다고 한다. 배웠다!


블랙박스도 운행 중에만 녹화가 가능하게끔 변경하였다. 생각보다 블랙박스가 배터리를 많이 잡아먹어 방전에 한 몫한다고 한다.

어차피 주로 주차는 아파트 주차장에 하고, 시시티브이가 잘 되어있기에 꺼져있어도 괜찮겠지.








원래의 계획이 다 틀어지고 자동차와 기나긴 드라이브를 한 초보 운전자… 아빠는 그야말로 답답해 돌아가기 일보직전이었다.

뭐, 엄마를 통해 선통보하고 밤늦게 슬쩍 들어가서 어느 정도 호통을 피할 수 있었지만 하하.

“누구나 다 이렇게 손해도 보고 실수도 하며 성장하는 거 아니겠어? “

의도치 않게 화를 돋아버린 나의 말에 아빠의 호통이 돌아왔다.


그래도 역시 자동차는 목숨과 엄청난 돈이 걸린 일이니 공부를 하긴 해야겠다.

이로써 백수인 내 아래로 반려동물에 자동차까지 두 명(?)의 자식(?)이 딸리게 되었다. 내 건강 챙기기도 정신없는데 아픈 거 티도 안 내는 것들이 생겼네…? 어휴…


백수 여러분 운전하지 말라. 아니면 정기적으로 운전하고 다닐 곳을 만들어 두어라. 배터리 나간다.

이것은 크나큰 지출로 써진 어떠한 충고 :(


그래도 사랑한다, 광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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