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두 달 차, 사고가 났다
광식이와 함께한 지도 어느덧 두 달. 사고내기 딱 좋을 타이밍이다.
그렇다. 박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엄마와 외출하면서 시작된다.
엄마는 생각보다 더 걱정이 많았고 이는 끊임없는 잔소리로 이어졌다.
한참 자신감이 붙은 나는 거침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과감하게 차를 빼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회전 반경을 크게 잡은 초보 드라이버는...
쾅!
차 안에 정적이 흘렀다. 정면 벽이 코 앞에 있었다. 고개를 돌렸다가 분노가 담긴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아니...! 실수...!"
옆자리에서 분노 섞인 호통이 터져 나왔다.
광식이는 다행히도 스크래치와 약간의 들림만 남았다. (들림은 엄마가 보기 전에 얼른 다시 끼어 맞춰줬다.)
범퍼카처럼 막 타려고 장만한 중고차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거지? 그새 광식이에게 정이 들어버렸나 봐.
광식이도 긁히고, 내 마음도 긁혔다. 그래도 카드까지 긁히진 않아서 다행인가?
아프지 마, 광식아. 돈 나가.
뭐, 출발하자마자 사고를 쳤으니, 잔소리 폭격은 피할 수 없었다.
"브레이크 밟아! 브레이크! 왜 이렇게 늦게 밟아!"
"아니, 이 정도면 충분히 멈춘다니깐~~"
엄마의 잔소리는 지겹고 과하게 방어적이지만 2n 년의 조수석 출신은 역시 다르다.
초보 드라이버에게 아직도 어려운 것이 있으니 신호체계이다. 직진 후 좌회전, 비보호 좌회전, 좌회전...
좌회전은 왜 이리도 다양하며 좌회전 차선, 직좌 차선, 없어지는 차선은 왜 이리도 많은 건지.
충돌 사고에 자신감이 뚝 떨어진 나는 신호 하나에도 눈치를 보며 버벅거리기 시작하였다.
"나 들어간다? 나 들어가? 나 먼저 간다?"
다른 차량에게 전해지지 않는 말을 계속 건네었다.
"말 걸지 말고 들어가."
그럴 때마다 옆에서 대꾸해 준 엄마에게 감사를 전한다. 신호를 재확인해주며 내 멘탈을 꽉 잡아주었다.
물론 잔소리 폭격으로 다시 멘탈을 쥐고 흔들긴 했지만...
그런 엄마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한번 더 생기니, 비보호 좌회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초록불로 바뀌며 교차로 진입을 한 광식이. 그때 건너편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이 클락션을 울리며 빠르게 직진을 하였다.
이미 진입 중이기에 멈추기도 애매해 초보자치곤 용기있게 악셀을 밟아 들어갔다.
"사고 내려고 환장했나??? 진입 중인 게 뻔히 보이는데 그냥 밟네 미xxx"
사고에 대해서 예민해진 상태에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니 너무 열이 받았다. 운전하면 성격이 나빠진다는 게 이런 말이었나.
같이 욕을 하던 엄마도 당황해서 말릴 정도였다. 아니, 근데 진짜 위협하는 기분이라 너무 화가 났다.
여기서 반전.
비보호 좌회전? 직진 차량이 우선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역으로 성을 냈던 것이다.
... 네, 제가 틀렸어요. 죄송합니다.
아니 근데 그렇다고 먼저 진입 중인 차를 향해 액셀을 밟으실 필요는 없지 않나요???
... 아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니다...
초보 드라이버는 서럽다. 내 실력이 서럽다.
이번 운전으로 확실히 알았다. 나는 너무 기고만장해져 있었다. 왕초보 딱지를 떼려면 신호체계부터 다시 공부해야겠다.
혼자서 운전? 아냐, 그랬다간 광식이와 나 둘 다 멀쩡히 돌아오지 못할거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엄마와의 드라이브 데이트 계획은 없던 일로 해야겠다.
초보 드라이버에게 잔소리 폭격은 견디기 힘들다. 거기에 아빠한테 고자질하듯 내 운전 실수를 줄줄이 늘어놓는데...하...기 빨려... 엄마 제발... 제발... 멈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