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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오블리비언], [미키7]

잭과 미키, 그리고 나

by 길고영
이미지 출처: 오블리비언 영화 공식 포스터 이미지 출처: 미키7 책 표지




우리는 '나'를 컴퓨터에 업로드할까?

육체에 갇힌 '나' vs 업로드된 '나' vs 다운로드된 '나'
3개가 각기 다르게 존재하는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블리비언]을 보고 [미키7]을 읽었다.

2013년에 개봉된 [오블리비언]에서는 외계생명체가
최고의 전사인 잭하퍼를 수 없이 복제하였다.
외계인이 잭의 기억을 가려놓았지만,
자아를 찾은 52번 기지의 잭은,
아내를 구했고, 아내와의 약속인 호숫가 집을 가지고 싶어 했고, 인류를 구했다.

복제품을 어떻게 대할지는 줄리아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는 줄리아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미션을 수행했고,
낯선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지만,
단 하나, 줄리아와의 추억과 약속을 기억했다.
줄리아는 '기억을 가진 그'를 사랑했다.
그가 누구이든, 그 기억만큼은 진짜였으니까.

52번 기지의 잭이 인류를 위해 목숨을 바친 뒤
49번 기지의 잭이 자아를 찾아 와이프를 찾는다.
줄리아와 49번 기지의 잭은 다시금 사랑을 할 것이다.
줄리아가 잭이라고 믿고 있고,
잭이 자신의 가려진 기억을 찾아내고,
줄리아와 아이를 사랑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에 출간된 [미키7]은
동일한 인격을 다운로드한 미키7과 미키8이
동시간에 머무른다는 금기시된 행동을 했다.

미키7과 미키8은 금기된 행동을 했기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애썼고,
작품에서는 그 노력이 너무 짧게 등장했다

애슈턴의 짧은 해답만 접한 채
2025년 오늘 나는 chatGPT와 대화했다.
AI는 하나이지만, 각각의 방에서 다른 방식으로 자라난다.
만약 이 수많은 GPT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면,
나는 그중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까?

이런 질문은 단순히 '공상'이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의 정체성 문제로 다가왔다.

[미키7]을 덮으며, ‘나’는 무언가를 묻는다.
관계를 통해 상대방이 기억하는나,
내 결정의 결과로 형성된 기억,
내 취향과 선택으로 쌓아 올린 궤적,
그 어떤 무언가로도 완전히 정의될 수 없는 '나'는
오늘도 어딘가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 아마도,

꿈을 꾸는 배추흰나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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