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앞에서 침묵을 말하다
최근 [이완용 후손 ‘30억 돈벼락’]이라는 자극적인 기사를 보았다.
그들은 하와이에서 마치 과거가 없었던 듯 살아가고 있는 듯했다.
그들의 소식을 접하고 너무 화가 난 상태로
[침묵의 시선]을 봤다.
포스터 속 광고 문구조차 읽지 않은 채 시작된 영화는,
인도네시아의 한 남성이 노인들에게 안경을 맞춰주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본 지금에서야,
그 포스터의 의미를 절절히 깨달았다.
아디가 안경을 맞춰준 이들은 모두 인도네시아 대학살에 가담했던 사람들이었고,
아디는 그 대학살 당시 살해된 람리의 동생이다.
영화는 진실을 외면한 이들에게 안경을 씌워주는 행위를 통해
그들의 ‘가려진 눈’을 뜨게 하려 했던 것일까?
그 포스터의 의미를 알아차리며,
나는 또 다른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지난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본 [꿈의 직장 속 수상한 비밀] 편이었다.
‘꿈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어떤 이는 간부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했다는 이야기.
입사 후에는 살아남기 위해 약과 소금, 기름을 앞치마에 숨겼다는 이야기.
방직 공장의 실이 끊어지지 않게 하려고, 40도가 넘는 고온의 환경에서 1분에 140보를 걸었다는 이야기.
그녀들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싸웠지만, 기득권에게 평생을 멸시당했다고 한다.
이후 그녀들의 노력이 민주화 운동의 일환이었음을 인정받고자 애썼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그런 ‘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다를지도 궁금했다.
방송에서는, 그런 그녀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어쩌면 그 시대 한복판에 있었던 누군가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결국 그녀들의 오랜 싸움은 ‘민주화 운동’의 일부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들처럼 앞장서지 못하겠다면,
군중으로써 한 표의 가치로써 힘이 보태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