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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시작은 야구, 끝은 김연경

by 길고영

남편은 이글스의 오랜 팬이다. 처음엔 경기도 같이 보았기에 룰 설명도 꽤나 많이 들었다. 규칙 안에서 승리를 향해 악전고투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나도 잠시 빠져들었다. 그 끝에 승리까지 하면 짜릿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염원만 하면 곪는 것일까. 응원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한때 [최강야구]로 이어가려 했지만, 결국 ‘과정’이 아닌 ‘결과’만 궁금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멈췄다.


연휴 끝 평일. 애써 만든 루틴을 지키지 않은지 꽤 되었다는 생각에 도서관을 찾았다. 한 달에 한번 등산으로 모든 운동의 끝이라 착각했던 시절 만든 루틴. ‘도서관 가기 → 도서관에서 OTT 한 편 → 꼬꼬무 보기’로 정한 것. 하지만 [꼬꼬무]는 사라져 있었고, 익숙한 얼굴이 있는 영상을 클릭하고 시간이 순삭 되었다. [신인감독 김연경]. 4시간에 달하는 1, 2화를 배속의 힘을 빌려 단숨에 봤다.

‘신인감독’이라는 콘셉트 아래, 감독의 시선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신선했다. 게다가 그 시선의 주인이 세계적인 선수 김연경이라니. “유수의 감독과 코치에게서 배운 것들.”이라 말할 수 있는 이의 멋짐.


김연경 감독의 전략들은 마치 [슬램덩크] 속 북산 고등학교가 중요한 경기에서 상대의 흐름을 읽고, 전술을 조정하던 장면의 현실판 같았다.

오는 일요일 9시 10분. 먼지 쌓인 TV의 전선을 다시 연결하고, 김연경 감독을 기다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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