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안전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그렇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 현장을 모르는 나는, 일견 그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사업주를 탓했다.
ESH(환경·안전·보건) 팀이 처음 개설되고 실시된 안전교육 내용은 이랬다. "용접을 하는 경우. 방호구를 끼지 않고 눈을 감는다든지, 고개를 돌린다든지 하는데. 아무런 방호가 되지 않습니다." 나는 용접을 모르기에 법에 명시된 게 당연하고, 개인이 잘못했다 여겼다.
하지만 그게 나에게 적용되면 어떨까? 나는 몰랐다. 그가 교보재로 든 바로 그 행동을, 나도 태연히 하고 있었다는 걸. 작년에 평소처럼 무심히 업무를 진행하다 한 명이 손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결국 화상전문병원에 입원했다. ESH팀에 비상이 걸렸다. 그간 그들의 조언을 ‘잔소리’로 흘려들었던 우리들의 잘못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매출 대비 5%를 안전에 투자하겠다”는 대표의 허울 좋은 약속에 올 들어 ESH팀의 활동이 왕성해졌다.
같은 직무에서 일하는 동료들의 아우성이 터졌다. “위험물 취급에 주의해라”는 말에 “물조차도 적정 섭취량 이상을 섭취하면 위험하지 않나요”라며 항변하던 우리들.
지금은 10월. 그 사이 ESH팀은 우리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들의 말은 여전히 잔소리처럼 들리지만, 법의 이름 아래 이뤄지는 일이다.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일들이 사실은 법에 명시된 일임을 알아나가고 있다. "재현성이 안 생기잖아요"라는 불평을 "재현성이 확보되는 동작"으로 바꿔본다.
불편이 당연해지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