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은 공기도 시원하고, 물도 시원하다. 하지만 바다는 작열하는 태양아래 바닷물만 시원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바다를 찾고, 심지어 물놀이 공원에는 파도 풀장까지 설치한다.
바다를 즐기는 순간을 위해 들이는 노력을 생각하다 발걸음이 잦아든다. 시원한 바다로 가기 위해서는 머리 꼭대기에 있는 태양을 견뎌야 한다. 뜨거운 모래에 찜질되는 발. 태양은 견디기 어렵지만, 찜질되는 느낌은 꽤나 좋았던 것 같다.
최근의 일을 곱씹고 있다. 벌써 몇 번째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 속에서 긍정적인 점을 찾아 기뻐했다. 하지만 이내 곧 장밋빛 상상의 나래에 찬물을 끼얹은 현실을 떠올린다.
뜨거운 태양은 싫지만, 찜질되는 발은 좋아하다니... 이상한 계절이다.
더이상 상상하고 싶지 않아 나의 최선의 방도를 포스잇에 적어 확정해 본다. 나에겐 최선인 결론.
그렇게 결론을 짓고, 그 상황이 당도할 때 지을 표정까지 지어 보인다. 내 무명천과 같은 피부 속 감춰진 감정이 보일지, 계속 감추어져 있는지 궁금해진다.
포스트잇 속 내용을 읽던 난 끝에 가선 픽하고 웃는다.
아직 안되나 보다.
나의 최선을 바라보는 내가 웃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