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은 초반을 의미하는 숫자이다. 셋/넷/다섯/여섯은 중반을 의미하는 숫자로 시옷 받침이 들어간다. 일곱/여덟/아홉은 후반을 의미하는 숫자에는 비읍 받침이 들어간다.
어제에서 오늘로 나이 든 나에게 새로운 인간관계는 어떤 걸 의미할까? 과거에 겪어본, 내가 정의한 사귐의 패턴을 반복하는 관계일까?
어린 시절 텅 빈 애버랜드에서 신나게 놀았던 적이 있다. 한 가지 놀이기구를 타고 또 탔다. 처음 탈 때 느꼈던 짜릿함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한 번이 어렵고 재미있지, 거듭된 자극은 다음을 예측가능하게 했다. 그때의 나는 중력을 더 혹은 덜 느끼려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던 것 같다.
인간관계라는 롤러코스터. 이제는 예측가능한 영역이라 여겼던 곳. 그때의 옴짝달싹처럼 작은 노력으로 충분히 무뎌졌다 여긴 것.
무뎌진 것에 새로움이란 '맛'이 추가된다.
어느 누구의 의도도 없었던 것.
하지만 오롯이 나에게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
준비한 말을 곱씹고 또 곱씹는다.
지금의 감정을 전달하면 나는 바닥으로 추락할까.
아니면, 그 선택으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들어선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