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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같은 이야기:날파리는 왜 잡을 수없는가?[늦여름]

by 길고영

여름이 지나고, 모기가 사라졌다. 여름 내내 집에선 볼 수 없었던 모기들을 계곡, 산에서만 만났었다. 그리고 비가 이어지던 늦여름 모기를 집에서 다시 만났고 나름의 회피 방정식으로 피했다.


오늘의 첫 커피를 담은 커피잔에 날파리가 앉았다가 날아오른다. 날파리는 순회공연이라도 하듯 내 컵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떠난다. 그 모습은 내가 내 마음을 정리한 모습과 닮았다.


나에게 미련이 있는 모기는 회피할 수 있다. 미련 없는 날파리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잡을 수 없다.


혼자만의 미련을 미련 없이 놓는 일. 손에 쥔 모래와 같이 대부분의 것은 사라진 지금. 손바닥에 남은 몇 알을 가만히 쥐어본다. 손에 배어 나온 땀 때문일까. 손을 쥔 순간 손바닥 위에 남은 몇 알의 모래가 손가락으로 가더니 이내 사라진다.


단맛을 보고 장렬히 전사하는 모기와 잠깐 머무르는 날파리를 비교해 본다. 장렬히 전사하기를 바랐지만, 날파리가 되기로 한 결정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내 손엔 땀이 배어 나오고, 약간의 긴장감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이 긴장이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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